‘우왕좌왕’하는 학교폭력 우편전수조사
‘우왕좌왕’하는 학교폭력 우편전수조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2.0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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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에 떠밀려 ‘전수조사’에 나섰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급하게 추진한 ‘전수조사’를 놓고 말들이 많다. 교과부가 세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리하게 전수조사를 강행하자 일선 학교의 반발도 거세다.

교과부는 일선 학교에 전수조사 예산도 떠넘기고 시도교육청과 일정도 달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교과부가 방학 중에 각급 학교에 일괄적으로 우편 발송 업무를 떠넘긴 데다 소요 예산도 우선 자체 조달한 뒤 나중에 지원하기로 한 탓이다.

게다가 전수조사 일정을 놓고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의 지침이 다른 경우까지 있다.

교과부는 지난 달 25일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558만여명 전원에 대한 학교 폭력 실태 우편 설문조사서 발송을 지난 달 31일까지 마무리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일선 학교가 전수조사를 마무리하면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오는 10일까지 회신을 취합해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시·도교육청은 이 같은 일정이 무리라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지침을 바꿔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내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각 학교가 설문지를 인쇄하고 주소를 정리해 배송용 봉투를 제작하고, 여기에다 발송 봉투에 주소를 명기하고 발송업무까지 마무리하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울산지역의 경우 학교폭력 전수조사 대상 학생은 모두 14만여명에 이른다. 이들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우편발송하는데만 5천여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설문지를 해당 학생들의 가정에 발송하기 위해서는 인력 또한 만만찮다.

그런데 교과부는 10일까지 전수조사 설문지를 회수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교과부가 내려 보낸 공문에는 비용에 대해서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교과부는 사안이 급한 만큼 학교운영비로 우선 충당하면 추후 특별교부금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비용을 해당 교육청이 부담하면 좋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서 일선 학교에 떠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일선 교사들은 업무 효율성과 조사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어차피 한국교육개발원이 설문지 회신을 받는다면 집으로 발송할 필요 없이 개학 후 실시하는 것이 예산도 아끼고 회수율도 높지 않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도 방학 중에 교사들을 학교로 불러내 작업을 하도록 해 이에 따른 불만도 높다.

특히 졸업식만 남겨둔 고3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답신을 보낼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일선 교사들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우편조사 방식은 응답률이 낮아 이번 실태조사가 어느 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교과부는 실태조사를 하면서 우편설문조사를 위한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있다. 우편설문조사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설문조사 사전 안내문을 먼저 발송 하고, 며칠 뒤 설문지를 발송해야 한다. 또한 미응답자를 대상으로 2~3회 정도 설문지를 더 발송해야 한다.

하지만 교과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설문지와 안내문을 동시에 발송하는 등 설문조사의 기본원칙마저 지키지 않아 불신만 키우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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