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頸烏喙
長頸烏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1.2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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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오훼: 긴 목에 까마귀 부리와 같은 입술>
이는 ‘긴 목에 까마귀 부리와 같은 입술’이란 뜻으로 이 말은 사람의 관상을 이야기 할 때 쓰이는 말이나 사기의 월세가(越世家)에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춘추시대 중국 대륙의 남방에 위치한 오(吳)나라와 월(越)나라가 전쟁을 일으켜 오나라가 크게 패하여 오 왕 합려(閤閭)가 월 왕 구천(勾踐)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 뒤 오나라에서 선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등극한 아들 부차(夫差)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솔잎으로 만든 바늘 같은 섶 위에서 잠을 자면서 자신의 각오를 다지며 오자서(伍子胥) 손무(孫武)같은 인재를 얻어 마침내 월나라를 멸하고 선왕을 죽인 구천을 포로로 잡게 된다.

포로가 된 구천 또한 자신의 신하 범려의 말을 따라 부차의 신하가 될 것을 자청하여 10년 동안 자신이 죽인 오 왕 합려의 무덤지기로 일했다. 그는 기거하는 방의 천장에다 돼지 쓸개를 달아놓고 매일 한번씩 빨면서 복수를 다짐한 끝에 오나라를 멸하고 재집권하였다. 그 과정에서 구천의 곁에서 그림자처럼 보좌했던 범려는 월나라 상장군 직에 제수되었으나, 범려는 구천의 인물됨을 익히 아는지라 이를 극구 사양하고 제(齊)나라로 가버렸다. 그는 제나라에서 지난날 자신과 절친했던 월나라 대부 종(種)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새가 없어지게 되면 활이 버려지게 되고, 적국이 멸망하면 모사도 죽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구천의 관상은 목이 길고 입은 까마귀 부리와 닮았는데, 이런 인물과는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함께 할 수 없으니 하루 속히 그의 곁을 떠나라”고 전했다.

종은 그의 충고를 듣고도 계속 머물다 결국 구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이는 목적만을 위해 합쳐진 의기투합은 일이 이루어졌다 해서 함께 공유하지 못한다는 교훈의 말이다. 지금 우리 정가에서는 금년도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의 승리를 위해 당과 당이 합하는 등 새로운 틀 짜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국민을 근본으로 하지 않고 개인과 무리의 이익을 쫓아 만들어진 정당이라면 언젠가는 그들도 서로간의 칼날을 겨누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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