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즐거운 시절을 환영함
수학이 즐거운 시절을 환영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1.1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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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도 모르면서 문제풀이만 했던 수학공부는 끝났다. 교육과학부가 이제야 깨닫고 수학의 본령을 제대로 가르치기로 했다. 학교와 가정은 이제 수학 때문에 골머리 앓을 일이 줄어들 것이다.

이 변화의 시기에 ‘대칭’이란 수학적 개념을 곱씹어본다. 대칭은, 가령 나뭇잎의 반쪽의 형태를 알면 나머지 반쪽이 없어도 그 형태를 알수 있게 한다. 자연은 대개 대칭이기 때문에 물질의 한 면을 알면 반물질의 존재도 추정할수 있다. 은하계의 한쪽을 알면 우주의 저 너머까지 지식을 확장할수 있는 것이다. 가보지도, 경험하지도 않고 알수있는 세계를 열어준 것이 대칭의 가치다. 대칭은 소립자와 거대한 우주의 탐구를 가능하게 한 위대한 도구인 것이다.

그런 대칭은 초등학교때부터 배웠고 중등을 거쳐 고급 수학과 물리까지 연결됐다. 만약 일찍이 대칭에 대한 바른 개념을 배운다면 심도가 깊어질수록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지난 5일과 12일 울산제일일보 교육난에 게재된 울산과학고 권도완 군이 쓴 ‘에바리스트 갈루아를 읽고’란 독후감에서 감동받았다. 이 글은 천재적인 수학 능력을 지녔으나 프랑스 혁명때 비명에 목숨을 잃은 E.갈루아란 수학자에 관한 글이었다. 권군은 갈루아의 수학원리에서 대칭론에 주목했다. 가령 눈송이 한 부분만 알면 나머지도 알수 있다는 대칭변환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어떤 대칭적 사건이 있을때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거나, 끝까지 계산하지 않더라도 결과를 알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놀라운 지적 수단을 알게된다면 권군 뿐 아니라 누군들 대칭론에 빠져들지 않겠는가!

양자물리학자 하이젠베르그는 “자연에서 대칭은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현대 과학계의 천재이자 탁월한 교사인 리차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는 대칭변화, 시간과 공간의 대칭성, 보존 법칙의 대칭성, 대칭성의 붕괴 등 대칭에 관해 집약적으로 설명했다. 대칭은 과학과 예술의 핵심요소인 것이다.

그러한 자연을 해석할 도구인 대칭이론을 우리는 어떻게 배워왔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수학을 배우고 익히면서 오류를 범한 분야는 대칭 뿐 아닐 것이다. 삼각함수나 미분 적분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디에 소용되는지도 모르고 그저 공식을 외고 셈하는데 치중해온 것이다.

2012년 1월10일은 기념할 날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비로소 생활속의 수학, 자연속의 수학을 배우자는 학습방법론을 제시한 날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교과부는 앞으로 중간고사나 학기말고사때 수학에서 교과서를 벗어난 고난도 시험을 출제하면 벌을 주겠다고 했다. 문제풀이식 학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또 선행학습을 유발시킬 문제를 제시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기본을 제대로 익히지 않고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 학습을 억제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수학학습에 스토리텔링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수열을 배울 때 정교한 패턴을 지닌 해바리기 씨앗이나 솔방울 껍질의 배열을 설명함으로써 즐겁고 생생한 교육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년전 울산교육청 도임자 전 교육국장이 ‘천공법’이란 학습법을 제창한 것과 똑 같다. ‘천천히 공부하는 방법’이란 이 천공법의 핵심은 기본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뒷 장으로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새로운 용어의 정의와 개념을 분명히 파악한뒤 천천히 다음 학습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많은 학교가 머릿글이나 목차를 이해시키지 않고 바로 본문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여진다. 선행학습을 하지않은 학생은 개념도 모른채 허둥댈 수밖에 없다. 삼각함수는 왜, 어떻게 생겨났으며 사인과 코사인은 어디에 응용되는지 모른채 공식 외기에 바빴던 것이다.

수학자인 포항공대 최영주 교수는 “선행학습을 많이하고 공식을 달달 왼 학생은 과학고에 진학하지만 얼마 안가 재능의 한계에 부딪치고, 어벙벙한 질문을 자주한 보통의 학생이 나중에는 수학에서 A+학점을 받더라”고 했다.

기본을 다진 학생과 시험 잘치는 방법만 배운 학생과의 차이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제 교과부가 개념없는 수학학습을 바꾸기로 함으로써 학생들이 더 이상 수학에 고민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만약 새로운 수학교육 방침을 어긴다면 과거의 수학학습에 골머리를 썩혔던 수많은 선배들이 가만있지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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