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부자도시의 과제
1등 부자도시의 과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1.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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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부자도시’ 울산이 가장 위험한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이렇게 판단하게 한 정황은 늘어가는 위험시설, 잦은 사고 빈도, 개발위주 도시관리와 함께 전문가들의 진단에서 찾을 수 있다.

정황판단이 틀리지 않다면 앞으로 울산인의 삶은 사고위험 앞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울산시는 한달전 아사히카세이(旭化成)란 일본 굴지의 화학회사가 AN(아크릴로 니트릴)을 생산하는 공장을 증설하자 법인세 관세 재산세 취득세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줬다. AN은 우리가 마시는 공기 속에 5만분의 1%만 있어도 인체에 위험한 맹독성 물질이다.

아사히카세이의 일본 현지 공장은 1998년 5월 스틸렌제조공정이 폭발했고, 이듬해 10월 아크릴로 니트릴 반응기가 폭발해 큰 물의를 빚은 적 있다. 일본 조차 기피하는 그런 공장을 세금 안받을 테니 울산에 공장만 많이 세워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울산에 있는 위험물 저장 탱크수는 1만8천기가 넘는다. 거기에 인화폭발 유해성 화학물질이 8천만㎘ 이상이 들어있다. 이 양은 도로에 굴러다니는 가장 큰 탱크로리(적재량 3만2천ℓ) 2백50만대분이다.

거기에 담겨진 염소, 암모니아, 톨루엔, 염화비닐 등은 적은 양도 치명적이다. 염소의 경우 공기중 농도가 1천분의 1%일 때 서너번만 숨을 들이켜도 절명한다. 또 거기 담긴 에틸렌 부탄 크실렌 등 수십종은 인화폭발성이 크다.

사고는 탱크나 파이프의 부식으로 생긴 바늘구멍에서 새 나와도 생기고, 옷자락이 부벼서 생기는 정전기를 통해서도 생긴다. 공장을 보수하기 위해 땅위의 파이프 다발이나 땅속의 파이프라인을 잘라도 될지말지 공단직원들도 근심스럽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랜기간 운용되면서 엉키고 설켜있는 것이다.

산업재해 발생모델을 제시한 H.하인리히는 작은 사고가 누적되면 반드시 큰 참화를 빚게된다고 지적했고, 산업안전을 관장하는 울산출신 이채필 노동장관은 공단사고가 도시전체를 단번에 폐허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국래 울산소방본부장은 지난해 부임하자마자 공단재해가 누적되고 있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지적이 있은 뒤 사고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회의도 하고 결의대회도 했다. 그럼에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 다루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울산공단은 배관과 탱크와 공장이 엉켜있고, 그것을 다루는 인력과 시스템이 엉켜있다. 통제하기 어려운 복잡성에 도달한 것이란 생각이 들게한다.

그런 공단 옆에 주거도 밀집되고 있다. 남구 선암, 상개, 야음2동, 청량면 상남지구는 석유화학공단에서 2km 안이다. 온산공단 옆 온산읍 종곡, 종동, 강양도 가까운 거리다. 사고가 나면 공단 권역은 물론이고 풍향에 따라 주거지역도 삽시간에 유출물질에 접촉할수 있는 거리다. 그럼에도 도시관리자들은 공단인근 주거밀도를 높일뿐 아니라 유출물질을 흡수하고 차단할 녹지를 깎아내고 있다. 온산공단내 이진공원을 비롯 동해펄프 인근 녹지가 그런 대상이다. 그런 한편 석유화학공단 바로 옆 청량면 ‘상남들’에도 새로운 주거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울산은 하나의 불씨가 저장 탱크를 폭발시키면 연쇄폭발로 이어지고 도시 전체가 괴멸적 파국을 맞을 수 있는 곳이 된 것이다. 세계에 이런 도시가 있다면 사례를 연구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사고는 국지적이었다. 그런데 만약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는 달리 한 지점의 사고가 이웃 공장으로 퍼지거나, 유독물 탱크가 터져 공단 전체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면 전면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의 행복이 보장되는가?

이 지점에서 울산이 얼마나 잘 살아야 될까,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묻지않을 수 없다. 그 답은 지방과 중앙 정부의 정책입안자를 비롯 그 정책의 옳고 그름을 걸러주는 정치인이 해줘야 한다. 즉 울산시장과 구·군 단체장, 그리고 지방의원과 국회의원 등이 그 답을 줘야한다.

왜냐면 그들은 공단에 접근해 주거지를 개발하는 것, 공해물질을 차단한 녹지를 줄이는 것, 유독물질을 생산 또는 저장하는 산업을 유치하는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의원들은 그런 행정사무를 감사하고 예산을 배정했다.

대체적으로 울산은 지금까지 개발, 증산, 확장 일변도를 선택하고 동의했다. 인구도 늘리고, 생산도 증대하고, 공장도 확장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1등 부자도시’가 됐다. 이제 부자도시 이면에 도사린 위험을 어떻게 제거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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