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도약(量子跳躍)
양자도약(量子跳躍)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1.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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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비상한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 대도약, 이른바 양자도약할 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수출 증가율이 반세기만에 40만배에 이르렀다. 울산공업센터가 출범한 1962년 수출액은 26만달러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 1천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경이적인 변화를 보이는 현상이 양자도약이다.

울산은 2012년 다시 양자도약대에 선다.

지난 반세기의 양자도약은 울산이 지닌 지정학적 특성과 박정희란 혁명적 인물의 결단이 작용했다. 2012년 지금 전환의 시기에 도달한 점과 그간의 잠재력이 울산을 도약대에 올려놨다.

울산은 시기적으로 산업근대화 반세기를 돌아서는 전환점에 섰다. 아울러 많은 지식과 열망이 응축돼 새 변화를 갈구하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커다란 시간의 전환점과 밀도 높은 임계점에서는 새로운 사상(事象)이 생겨난다. 즉 양자도약 현상이다.

여기서 잠깐 양자도약을 살펴보자.

양자도약은 물리학 용어지만 이젠 여러 분야에서 쓴다. 소설가 복거일은 노비들의 신분을 철폐한 갑오경장 같은 제도변화를 양자도약이라 설명한다. 신라말부터 1천년 넘게 이어져온 반상의 신분제도를 바꾼 것을 비유한 것이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도 양자점프론을 내세워 주목받았다. 거대기업을 분사시키고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새롭고 출중한 기업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양자도약은 이론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창안한 용어다. 보어는 옷 가슴에 태극문양을 항상 달고 다닐만큼 동양사상과도 가까웠던 사람이다.

만물의 근원이 되는 원자는 가운데 핵이 있고 주변에 전자들이 핵 주위의 특정 궤도를 돌고 있다. 여기에 일정 에너지가 가해지면 전자가 궤도를 옮기면서 새로운 물질로 바뀐다. 이것이 보어가 설명한 양자도약이다.

양자도약은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다.

울산은 이미 양자도약을 경험했고 앞으로 산업 문화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양자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울산 반구대인은 그 열악하고 빈곤한 시대에 수천년을 넘는 문화자산을 넘겨주는 기념비를 새겼다. 수명도 짧고, 도구도 변변찮은 그 시대에 대범한 발상으로 도약했다. 도약에 대한 의식이 응축되지 않으면 할수 없었던 일이다.

그로부터 또 수천년이 지나 달천철장을 경영함으로써 또 한번 도약했다. 철의 개발로 첨단 무기와 도구가 제공되면서 신라통일이라는 대업이 성취됐다. 철의 개발은 고대 울산항의 개항과 물류산업, 그리고 대외교역의 창구를 열어 제친 부수적 효과도 큰 것이었다.

다시 세월이 응축된뒤 지난 반세기동안 조국근대화의 동력을 제공하면서 ‘40만배 수출’이란 대도약을 했다.

이런 울산의 이력을 볼때 다음 도약은 필연적일 것이다.

산업쪽 도약은 그린에너지와 첨단소재로 집약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원은 화석연료에서 바이오화학, 하이드레이트, 수소에너지로 건너간다. 소재는 강철에서 그래핀으로, 천연담수에서 해양담수화로 간다.

문화쪽 도약은 융합학문쪽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19세기 들어 활발히 연구됐던 빛의 과학에 자극받아 세잔느 같은 인상파 화가가 생겨나고, 20세기에는 영상기술에서 영감을 얻은 백남준 같은 비디오 아트가 생겨났다. 모두 융합학문의 소산이다.

인문학과 과학을 결합하는 융합학문은 울산의 신생학교인 유니스트가 기치를 걸었다. 융합학문은 과학기술이나 인문학 한 가지만 알고 있는 사람의 한계를 넘어 창조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하늘을 나는 꿈을 꾼 이카로스 신화를 이해하면서 손재주가 많은 몽골피가 기구(氣球)를 띄웠고, 그 꿈을 소중히 여긴 라이트 형제가 비행선을 날렸다. 또 암각화에 새겨진 뗏목이 범선으로, 범선이 다시 동력철선으로 진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융합학문을 향한 새 기치가 걸리고, 에너지가 응축되고, 큰 전환점에 선 울산은 라이트 형제나 세잔느, 백남준 같은 문화의 양자도약을 이룬 인물이 나올 여건이 성숙된 것으로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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