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주(31)씨는 3년 전 제왕절개술을 통해 첫째를 분만했고 현재 21주된 둘째를 임신 중에 있다.
요즘 이씨의 가장 큰 고민은 첫째 때 전신마취를 통한 제왕절개로 분만을 진행해 아기의 탄생을 직접 보지 못했는데 혹시나 둘째 때도 바로 아기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첫째를 제왕절개한 산모들을 위한 특수분만법이 개발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맘스여성병원 이국원 원장에게 제왕절개를 한 산모가 자연분만을 하기 위한 방법과 제왕절개를 통해서도 자연분만 못지 않은 출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분만법을 들어본다.
◇제왕절개 분만하면 이후엔?
아직도 많은 산모들이 첫째를 제왕절개하고 나면 둘째도 동일하게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옛 생각일 뿐 요즘은 얘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첫째를 제왕절개하고 둘째는 자연 분만할 수 있는 브이백분만(VBAC:Vaginal Birth After Cesarean section)이 바로 그 해결책이다. 브이백 분만은 예전과 달리 분만환경 및 의술의 발전에 따라 그 성공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과거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이를 낳았다면, 다음에도 제왕절개를 원칙으로 여겼다. 주된 이유는 브이백을 하면 자궁 파열의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 1980년대 이후 제왕절개 시술 시 99%가 자궁을 세로가 아닌 가로로 절제하면서 자궁 파열이 일어날 확률이 0.2~0.5%로 낮아져 브이백 분만에 대한 우려가 감소했다.
맘스여성병원은 자연분만 캠페인과 브이백분만을 울산 최초로 접목시켜 시행한 결과, 올 3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8건의 브이백 분만을 성공했으며, 이는 전국의 브이백분만 성공률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브이백 분만을 계획하고 있는 산모라면 병원을 방문해 담당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후 체계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국원 원장은 “브이백분만은 의료진의 개인역량도 중요하지만 브이백을 위한 병원환경도 함께 받쳐 주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는 산모의 의지와 브이백을 시술하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왕절개는 전신마취만 있나?
흔히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수술이란 두려움이 앞서 전신마취를 선택하는 산모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이미주씨처럼 태어난 아기를 바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평생 아쉬움으로 마음속 깊이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왕절개를 하더라도 자연분만과 같은 분만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경막외마취를 통한 제왕절개술이 바로 그 방법이다. 경막외마취란 척추신경이 척추의 경막외강을 통과하는 부분에 국소마취제를 작용시켜 자극전도 기능을 상실시키는 마취법으로 무통 분만시에 행해지는 마취법과 동일하나 그 방법과 마취제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복 주사하는 것 외에는 다를 바가 없다.
또한 경막외마취 제왕절개술은 환자의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제왕절개를 진행해 자연분만과 같이 아기의 탄생을 산모의 정신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분만처럼 분만에 대한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전신마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어 편안한 분만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또한 호주 Royal North Shore 병원 연구팀이 ‘BMC Medicine’지에 밝힌 연구결과에 의하면 국소 마취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데 있어서 전신마취를 하는 것 보다 안전한 방법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산모들은 출산 직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요시 여겨 자연분만을 선택한다. 때문에 첫째를 제왕절개해 둘째 때는 자연분만을 희망하는 산모에게 브이백분만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비록 자연분만을 못 할지라도 경막외마취를 통한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 직후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100% 성공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무리하게 추진할 시 위험도 따를 수 있으니 특수 분만법을 희망하는 산모라면 꼭 현재 다니고 있는 병원의 담당전문의와 충분히 상담을 하고, 계획을 세워 분만을 해야 한다.
특히 산모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양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