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翁好鷗<해옹호구>
海翁好鷗<해옹호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2.1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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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바닷가에 사는 늙은 어부에게 갈매기가 따른다’는 뜻으로 열자(列子)의 황제편(皇帝篇)에 전하는 이야기다.

옛날 바닷가에 한 어부가 살았는데 이 어부는 너무도 갈매기를 좋아해 매일 아침이면 바닷가에 나가 갈매기들에게 모이를 주며 함께 놀다보니 그를 따르는 갈매기들이 200마리도 넘었다.

그런데 이 어부에게는 나이 많으신 아버지가 계셨는데, 아버지는 몸이 불편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다. 너무도 무료했던 그는 어느날 아들에게 “얘야 너에게는 갈매기들이 많이 따른다고 하던데 내일 나가면 몇 마리를 잡아 오너라. 나도 갈매기들과 함께 놀고 싶구나”라고 부탁했다. 어부는 다음날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 주기 위해 바닷가로 나가 갈매기들을 부르니, 한 마리도 가까이 오지 않고 그냥 공중에서 맴돌고만 있었다 한다. 열자는 이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지극한 말이란 말을 떠나는 것이고, 지극한 행위란 작위(昨爲)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말도 없고 마음도 없는 순수함이라야 비로소 함께 융화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의 말이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는 앞으로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 기존의 틀을 깨고 새판짜기에 여념이 없다. 이는 그동안 정치인들이 보여 온 불신들을 허물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서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당을 합하고 당명을 고치는 등 별의별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치인 각자의 순수한 자아 쇄신이다. 흙 묻은 개에게 호랑이 가죽을 씌워보았자 어디까지나 개에 불과하지 호랑이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정치인 개개인도 먼저 자신의 변화부터 있고 난 다음 국민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국민들 또한 순수한 어부의 마음에 갈매기가 따르듯, 그들과 뜻을 함께 하게 될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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