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샤먼은 지역지도자…비전 제시하고 새 가치관 창출해야
오늘의 샤먼은 지역지도자…비전 제시하고 새 가치관 창출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1.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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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의 원상-오늘의 샤먼(24)
제정일치 시대 정치적 군장·제사장 역할 겸해
동물 특정부위 추출해 수합한 무복입고 힘 얻어
서원·헌신 등 가장 지극한 염원 신체언어로 표출
‘레 트루아 플레르’ 동굴 벽화 속의 하이브리드 형상이나 남부시베리아 앙가라 강변의 ‘베르흐냐야 부레트’ 속의 두 손을 치켜들고 서 있는 하이브리드 형상, 산지 알타이 ‘카라콜’ 무덤 벽화 속의 새 깃털 장식을 단 하이브리드 형상, 키르기스스탄 ‘사이말루 타쉬’의 두 손을 들고 기도하는 하이브리드 형상 등을 통하여, 이들이 모두 기본적으로 동일한 모습을 취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것은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두 손을 위로 치켜들었거나 모아서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인데, 특히 이들은 하나 같이 적당한 간격으로 다리를 벌린 채 무릎을 약간 구부린 특이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형상들은 놀랍게도 비트센(Wit-sen N.C)이 시베리아를 여행하던 중 퉁구스족의 의례 과정을 목격하고 남긴 샤먼의 모습과 여러 가지 면에서 흡사하였다. 또한 오지의 샤먼에 관한 각종 기록들이나 그 속에 제시된 사진 그리고 그려진 샤먼의 모습 중 그들이 쓴 모자나 입은 무복 등이 선사 및 고대 미술 속의 하이브리드 형상들과 서로 부합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점으로써 바위그림 속의 반수반인 형상들이 샤먼을 형상화한 것이었음을 보다 분명하게 지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들은 모두 두 손을 모아서 들고 있거나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 손을 들고 있거나 합장을 한 모습은 기도하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이다. 서원(誓願)이나 헌신(獻身) 등 가장 간절하고 또 지극한 염원(念願)을 신체 언어로 표출한 것이 그와 같은 모습이다. 그는 그가 겸손하고 또 낮아졌으며, 그의 온 생각과 의지를 신들과 초자연적인 존재들에게 내맡기고 가장 정의롭고 또 바른 방법으로 신탁을 받아들일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의 그에게는 일체의 사심이 없는 것이다.

그는 그에게 힘을 실어줄 특별한 무복을 입고 있다. 그것은 그와 그가 속한 부족의 염원과 깊이 관련된 동물들과 그들의 분류 체계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동물의 특정 부위들을 추출하고 또 그것들을 수합하여 만든 가장 강력하고도 신성한 옷이며, 그 옷을 입는 그 순간 그는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다다를 수 없는 특수한 상황 속에 돌입하게 된다. 그 옷은 엑스타시 상황에 돌입한 그가 만나게 될 온갖 시험이나 시련들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힘이나 능력을 부여해 줌과 동시에 각종 악령들과의 싸움에서 그를 지켜줄 안전구이기도 하다.

그는 그가 속한 사회의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물론 집단의 구성원 전체가 안고 있는 아픔을 치유하였으며 또 사람과 사람 사이나 계층과 계층 간의 다툼과 갈등을 보듬어 안고 대안을 만들어 문제점을 해결하였던 것이다. 그는 또한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방법론과 길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사회 성원들이 지향하여야 할 가치관과 도달하고자 하였던 미래의 비전을 그려서 제시하였던 것이다.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구분을 짓고 또 그것을 지킨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분한 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또 치르게 하였으며, 그리하여 그가 속한 사회가 지선(至善)에 도달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런 일을 하였던 그는 정신과 육체 그리고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사람이어야 하였다. 그가 속한 집단의 안녕과 평화를 위하여 그는 늘 정직하고 또 정결하여야 하였으며, 부정한 일로부터 스스로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혹시라도 나쁜 생각을 하여서는 안 되었으며, 나쁜 말을 입에 담아서도 안 되었다. 스스로 삼가야 하였으며 사심을 채우기 위해서 그에게 부여된 권위를 이용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공인인 그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제 정일치(祭政一致) 시대에는 그가 정치적인 군장이자 제사장의 역할을 겸하였었다. 그의 머리에 얹힌 보관에는 이전의 하이브리드 형상에서 살펴본 바 있는 사슴뿔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가 입었던 옷은 아마도 그가 속한 집단과 종족의 토템이 장식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에게 주어진 금기를 지키면서 일상의 대·소사를 처리하였으며, 특별히 정해진 의례의 날에는 미리 경계하며 목욕재계하고 스스로를 정화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정해진 의례의 날에는 엄숙하게 두 손을 모으고 스스로를 낮춰 간절히 기도하였던 것이다. 그의 기도 속에는 구성원들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

대 곡리 암각화 속의 샤먼은 그런 일들을 수행하였다. 수천 년 전 신석기 시대의 태화강 사람들이 안고 있었던 각종 어려운 문제점들을 해결하였던 것이다. 각 구성원들의 정신 및 육체적인 아픔과 질병을 치유하였으며, 집단과 집단 및 이익 단체 간의 갈등을 해소하였고, 불분명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였다. 그는 그가 속한 사회의 항구적인 존속과 발전을 위하여 새로운 가치관을 창출하였으며, 사회를 유지시키고 통합시킬 수 있는 비전 제시하였던 것이다.

그로 인하여 사람들은 평안하였던 것이다. 그는 군림한 것이 아니라 탁월한 조정자였으며, 개개 구성원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하였고 또 각각의 에너지를 한 곳으로 응집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뽐내지 않았고 스스로 낮아짐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으며, 스스로 중립을 지킴으로써 불편부당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어느 누구의 지도자가 아니라 모두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기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하여 두 손을 모아서 기도를 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대곡리 선사 시대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대곡천의 ‘건너각단’에 정성껏 새겨서 그를 기념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림 속의 그의 모습은 여전히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다. 그는 영계 여행을 통하여 뭍 고래들의 ‘어머니’이자 ‘주인’과 만났으며, 동해안과 울산만으로 고래잡이 어부들이 잡을 양만큼의 고래 떼를 보내주기를 기도하였고, 고래잡이 어부들이 태풍과 풍랑으로부터 고초를 겪지 않도록 기도하였으며, 잡은 고래를 모두가 공평히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기도하였다. 분배로 인하여 마음이 상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랐고 또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기원하였던 것이다. 그 밖의 각계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들이 맡은 일들을 하면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던 것이다.

그 런데 대곡리의 선사시대 샤먼이 수행했던 그와 같은 기도를 오늘 이 순간에는 누가 해야 하는가? 수천 년 전 대곡천과 태화강 그리고 울산만을 중심으로 하여 살았던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였던 샤먼처럼 이 시대의 아픔을 치유할 샤먼은 과연 누구인가? 아마도 그와 같은 일은 지역의 지도자가 맡아야 할 것이다. 수천 년 전의 샤먼이 그랬듯이 그는 오늘의 지역 사회를 위하여 허리를 구부리고 머리를 숙이며 두 손을 모아서 간절히 기도하여야 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아래로 내려놓고 모두를 위하여 기도하여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샤먼도 역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하여 처신하여야 할 것이다. 그에게 사심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를 신뢰할 것이다. 이 시대의 샤먼은 과연 누구이며, 그는 그러한 일을 지금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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