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봄 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2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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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 시(詩)의 소재로는 사랑이 제일 많고, 다음이 비이다.

여기에 버금가는 것이 달이다. 그래서 옛날 로켓을 쏘아 올려 사람이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겼을 때, 시인(詩人)인 척하는 사람들, 다분히 위선적이고, 거룩한 척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달을 소재로 시를 쓰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달이 뜨면 시적 감상에 젖어 계수나무가 있건 없건 시 한 수를 짓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달은 차가움이 먼저다.

떠나는 이별이 있고, 그리움이 떠오른다. 비도 차가움이 먼저이고, 가을비는 스산함이 가득한데에 비하여, 봄비는 피어오름이 많다.

금년 봄에는 그런대로 봄비가 제때에 내려주어 논마다 물이 고였다.

봄비가 내릴 때, 그 맛을 느껴 보려면 논과 밭이 있는 시골집에서 처마 끝의 빗방울이 마당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볼 때이다.

이 빗방울을 따뜻한 안방에서 창밖으로 내다보는 맛이다. 이때에 참새들이 마당에서 벌레들을 찾아 왔다 갔다 하면 더 없이 생동감이 흐른다.

여기에 제비까지 제 집이라고 찾아와 집을 짓는다고 논두렁의 진흙을 물어와 처마 밑으로 날아드는 것은 정말 신기할 정도이다. 그렇게 잽싸게 날아왔어도 서까래에 부딪치지 않고 잘 앉는다.

울산에서 제비가 가정 집 처마 밑에 집을 짓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도심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약간 변두리로 나가도 시골집에 제비가 집을 짓지 않는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으나 아마도 그 첫째 이유는 벌레들이, 파리가 없어서 그럴 것 같다. 논에 농약을 뿌려 벌레들이 없어졌고, 소를 키우던 외양간도 없을 뿐더러 있어도 민원이 많아 아주 위생적으로 개조되어 파리들이 득실거릴 자연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제비가 많이 날아오지 않는 것이다.

다음이 강남에서 제비들이 돌아올 때에 논두렁에 물이 고여 있어 집짓기가 편리해야 한다. 진흙을 물과 잘 섞어 콩 알 만하게 만들어 서까래 사이에 붙이는 것이다. 사이사이에 풀잎 줄기나 지푸라기들이 진흙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제비의 집이다.

중국요리 중에서 제비집 요리가 제일 비싸다고 하는데, 이러한 제비집만 보아온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진흙 덩어리를 요리로 만들어 먹을 수 있나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은 중국의 어느 해변 절벽 밑의 틈바귀에 제비들이 집을 지으며 지푸라기 대신 작은 물고기를 진흙과 함께 절벽에 붙여 집을 짓는데 그 집을 따다가 물에 불리고 진흙을 씻어내어 작은 물고기만으로 요리를 한 것이다. 그 제비가 우리나라에 오는 제비와는 크기가 다르다.

지금 울산의 청량면 개곡리 개산마을의 민물장어집 처마 밑에는 올해도 찾아온 제비들이 집짓기에 한창이다.

그리고 그 집 앞 논두렁에는 개구리들이 왁자지껄하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외식도 할 겸 제비 집짓는 구경을 가볼 만하다. 봄비가 내려 제비들이 논두렁의 진흙을 뭉치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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