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송스탈로치’
울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송스탈로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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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곡초등학교 송광희 선생님
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1746~1827)에서 앞의 이름을 생략하고 그를 닮았음을 강조하기 위해 ‘송스탈로치’라고 성(姓)을 고쳤다. 학생들이 부르는 송 교사의 본래 별명은 마라톤 짱이다. 마라톤을 취미로 여길 만큼 학교출근을 장거리 달리기로 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집(태화동)에서 학교(천곡초등)까지 약 15km를 가벼운 운동복 차림을 한 채 약 1시간 30분을 달려서 매일 출근 한다. 궂은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이용한다. 이런 별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훌륭한 교육자들 중에서 으뜸이라 할 수 있는 페스탈로치의 ‘스탈로치’를 떼어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수년 전에 송 교사가 학성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학생들과 함께 덕하리 나눔터(버려진 아이들, 장애아들을 거두어 보살펴주는 곳)를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였다. 그러던 중 장애우(障碍友, 장애아를 장애우로 바꾸어 친구라는 벗 友를 쓴다)를 제대로 지도하기 위한 전문적 지식의 필요성을 실감하여 대구특수교육대학원에 진학하였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정신지체아, 장애우를 숨겨서 키웠다. 그만큼 차별했다. 이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펴 주고 싶었던 송 교사의 마음은 페스탈로치의 마음과 같았다. 그래서 송스탈로치로 별칭을 하나 만들었다. 천곡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에는 가식적으로 거룩하고, 근엄하고, 점잖은 행동과 표현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행동적이고, 개그맨 같은 열정이 있어야 그들이 주의집중을 해준다는 사실이다. 거의 쇼를 하듯이 수업을 해야 장애우들이 따라온다.

송 교사는 교사의 보람은 내가 잘 가르치면 가르치는 대로 학생들이 변화해주는 데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특수학급의 아이들은 그런 변화가 늦게 나타나는 데에 안타까움이 있다. 이런 안타까움에도 송 교사는 남들이 못 찾는 조그만 변화를 읽을 수 있고, 그래서 숨겨진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저 안타까운 것은 학부모의 자식 사랑 하나만으로 송 교사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송 교사는 특수학급을 자원하여 개그맨 같은 동작으로 이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따라주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가식적으로 위엄을 보이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송 교사는 부산교대를 나와 처음 발령지는 경기도였는데 부산으로 전근하려다 울산으로 왔고, 울산에서 근무하면서 그만 정(情)이 들어 부산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올 해로서 교직 근무 10년째이다.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성적이 아니고 인성(人性)이라고 강조하는 그의 얼굴에서 문득 포레스트 검프(소설로 나오고 영화로도 나왔음)가 떠올랐다. 학교공부는 부족하여도 인성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던, 순수함 그 자체였던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가 울산에 실존하는 것 같은 감동이 왔다. 송 교사 자신이 부산공고를 나왔고,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지 못했다며 부끄러움 없이 이야기한다. 그 모습이 검프가 벤치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낯모르는 할머니에게 자기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던 것과 똑 같았다. 송 교사는 요즈음 산악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지나가는 자동차의 울산 분들, 손을 흔들어 격려해주기를 바란다.

(독자님들, 허풍으로 또는 가식적으로 훌륭한 선생님인 것처럼 나타나지 않고, 묵묵히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본보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같이 격려해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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