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확립 위해 공교육 기반 입시제도 정착시켜야”
“인성확립 위해 공교육 기반 입시제도 정착시켜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0.2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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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연계 수능출제는 자기주도 학습 악영향
2,400개 입학전형 학부모·학생 부담 가중시켜
입시제도 잦은변화 지양 전인교육 주력할 때
2012학년도 대수능시험을 앞둔 고3 교실은 어수선하다. 대학별 수시 전형에 응시하기 위해 학생들이 자리를 비워 정상수업이 진행되지 못할 정도다. 수도권지역 대학 수시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응시료와 체제비, 교통비 등으로 수백만원의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올해 교육방송(EBS)방송 교재는 오류투성이다. 지난 8월말 정년퇴임한 강대갑 전 성신고등학교 교장은 교육원칙론자다. 강 전 교장으로부터 우리 대학입시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 정년퇴임하신지 두 달 됐다.

학교장은 그 단위학교의 모든 일을 무한 책임지는 사람이다.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기숙사와 학교 급식소 등을 책임지고 관리하고 운영하는 자리다.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가슴조이며 살아야하는 직책이다. 무사히 정년을 맞게 된 것은 축복받을 일이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은 마음이 너무 편하고 홀가분하다.

- 내년엔 대학강의도 나가신다는데 근황은.

맹목적으로 살아갈 것이 아니라 인생의 각 단계 별로 뚜렷한 설계가 있어야 행복하고 성공적인 노후가 된다고 한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30년의 노후를 설계하고 있다. 체력을 보완하고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돼 산에도 오르고 다른 운동도 열심히 한다. 내년 3월부터 대학원에서 몇 시간씩 강의할 예정이다. 교직 과정에 나갈 것 같다.

- 교장 재임 시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기본적으로 3가지 선택이 필요하다. 가치관의 선택, 직업의 선택, 배우자의 선택이다. 그 중에서도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몸은 마음을 담는 소중한 그릇이며 마음은 인격과 지혜를 담는 소중한 집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겐 마음속에 인격과 지혜를 담아줘야 한다. 그래서 학교경영철학을 ‘올바른 인성교육을 통한 실력 있는 학생 육성’으로 내걸었다. 미국의 기업가이며 자선사업가인 철강왕 ‘카네기’는 다섯가지를 인생지침으로 삼았다. 첫째, 절대로 포기하지마라(희망). 둘째, 성공을 확신하라(믿음). 셋째, 최선을 다하라. 넷째, 자신을 사랑하라(자신감). 다섯째, 타인을 배려하라(사랑)다. 나도 그런 인생지침을 바탕으로 교육했다.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려면 그런 바탕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의 기초가 바로 인성이다. 인성이 확립되면 전인교육은 저절로 이뤄지게 돼 있다.

- 요즘 EBS(교육방송) 교재뿐만 아니라 방송 자체 때문에 문제가 많다.

교육방송의 당초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취지가 변질돼 지금은 마치 거대한 공룡을 보는 느낌이다. 교재자체에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방송교육이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공교육의 위상을 훼손시켰다.

교육당국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EBS(교육방송) 교재 내용을 70%이상 연계해 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사교육비를 줄여보자는 좋은 취지로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방송은 그 자체가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교육방송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EBS교재가 무려 112권이나 된다. 교과서 배우기도 힘든데 학생들이 그 많은 교재를 또 공부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재비 부담에 허리가 휜다고 말한다.

수능시험을 EBS교재에서 몇%이상 연계해 출제하겠다는 발표를 지양해야 한다. 올해 70%를 반영하겠다고 하니 학생들이 학교 교과서는 팽개쳐 두고 EBS 교재에만 매달려 있지 않은가. 이렇게 하면 자기주도 학습을 수백번 외쳐봤자 소용없다. 학생들의 창의성 교육에 결정적인 문제가 되고 학교 공교육과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운영에 문제만 야기 시킨다.

올해는 특히 교재에 오류가 많아 수험생들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수능시험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는데 고교교사와 입시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EBS교재에 잘못이 있음을 지적했다. 지난달 EBS는 112권의 교재 가운데 무려 총 83권 930여건의 수능교재 수정사항을 담은 2011 EBS 수능교재 정오표를 배포했다. 하지만 9월 29일 EBS는 정오표에 또 다시 잘못이 있다며 최종 정오표를 다시 발행했다. 혼란을 겪은 수험생들이 불만을 터트릴 만하지 않은가. 교육방송은 이미 곪은 곳이 있다. 서둘러 수술하지 않으면 폐해가 더 늘어 날 것이다.

- 결국 요즘 시행하고 있는 대학입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요즘 대학 입시제도는 너무 복잡하다. 200여개의 대학에 약 2천400여종의 입학전형이 있다고 한다. 수년간 입시지도를 해온 3학년 담임선생님들도 너무 복잡해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생이야 자신이 진학할 곳을 미리 골라 준비하겠지만 그 많은 전형요강을 담당 교사가 모두 알순 없지 않는가. 문제는 이런 전형요강을 모르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교사를 무능하다고 본다는 사실이다. 지금 입시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한 해 수시 전형료로 대학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자그마치 3천억원이다. 잘못된 것이다.

- 개인적으로 어떤 대학입시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딱히 어떤 입시제도가 좋다고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몇 가지 기본 방향은 설정할 수 있다. 첫째,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어서는 안 된다. 입시제도가 한번 발표됐으면 미비점을 보완하되 큰 줄기는 유지돼야 한다. 둘째, 시대와 사회에 맞는 제도여야 한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는 그리고 통상 무역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이 개발돼야 한다. 공교육을 바탕으로 한 입시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현 수능체제를 그 대로 유지힌다고 가정했을 대 입학 사정관 제도를 대폭 확대시켜야 한다. 입학 사정관 제도를 확대해 재능과 가능성 그리고 꿈과 열정이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면 된다. 이 방법이 현 입시제도를 활성화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많은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개인적 의견으론 한 때 시행됐던 내신 15등급 성적과 수능성적을 합산하던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을 살리면서 학생 개인의 노력과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정종식·사진=최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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