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의 방정식
당선의 방정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0.2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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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정이면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모두 끝난다. 내일 밤 10시쯤이면 당락의 윤곽이 드러난다. 울산시의회는 이 순간을 대비하고 있다. 개표결과 발표에 때맞춰 당선자 사무실로 곧장 달려간다. 꽃다발을 걸어주기 위해서다.

다음날도 할 일이 있다. 27일 오전 11시 40분에는 박순환 의장실에서 상견례와 배지 전달 행사가 마련된다. 부의장 두 분과 상임위원장 다섯 분, 그리고 의회 사무처장이 합석한다.

금빛 노란 배지. 그 배지 하나를 걸고 4명의 프로게이머들이 정치주사위 게임을 벌였다. ‘비공식’까지 합치면 짧게는 60일에서 길게는 100일간이나 발품을 팔았다. 신정 1,2,3,5동 골목골목에 숱한 이야깃거리도 뿌렸다.

“7천표면 거뜬하고 6천표면 그런대로 안정권에 들 겁니다.” A후보의 추산이었다. “투표율을 30%로 보고 5∼6천표면 무난하지 않을까요?” B후보의 예측이었다. “투표율을 35%로 보고 최저득표율을 27%로 잡으면 제가 당선될 수도 있어요. 박빙이니까.” C후보의 산술이었다. “투표율이 30% 안팎이면 무난하고 40%대에 가까워지면 좀 어려운 싸움이 안 될까요?” D후보의 전망이었다.

10·26 보궐선거 투표일을 이틀 앞둔 24일, 4명의 후보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저마다 ‘당선의 방정식’을 이야기했다. 모두 “내가 승리할 것”이란 자기최면에 심취해 있었다. 하지만 시의원 배지의 주인공은 오직 한 사람. 그 결과는 선거의 신(神)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 정치적 사활을 걸었다. 여와 야, 무소속 불문이다.

한나라당 박용걸 후보 진영은 선출직 전원을 동원한 전력투구로 수성(守城)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10·26 보선의 고배는 곧바로 내년 4월의 19대 총선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4선 국회의원’의 꿈이 사라질 수도 있다. 덩달아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의 빈자리 한 석이 야당이나 무소속으로 넘어가 3대3의 구도로 낙착될 수도 있다. 집권여당으로선 내키지 않는 시나리오일 수 밖에 없다.

‘밑져봐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보이던 민주노동당 임상우 후보 캠프는 선거 막바지에 전략을 희망적인 것으로 수정했다. 미동도 않을 것 같던 바닥민심이 투표일이 가까워 올 수록 치고 올라와서 ‘해볼 만한 싸움’이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투표기회 보장’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그런 판단에서 일 수 있다. 투표율이 올라 갈수록 자당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에 굵은 밑줄을 그어 놓고 있다.

이번이 두 번째 무소속 도전인 안성일 후보는 야당 후보보다 더 강도 높게 ‘타도 한나라당’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천 잘못’을 되풀이 강조하면서 ‘기호 1번이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등식에 반기를 들고 있다. ‘관권개입 폭로’라는 히든카드도 내밀고 있다. 신정동 출신 전직 시·구의원 10여명의 호위사격을 받고 있는 그를 여당 후보 진영에서는 ‘한(恨)의 정치인’으로 낮춰보면서도 파괴력의 강도를 가늠하고 있다.

‘단기필마’로 열 번째 선출직 도전에 나선 무소속 이동해 후보는 ‘기어이 이번만은’이란 기대감을 끝까지 지우지 않고 있다. 기획, 연출, 연기를 혼자서 해내고 있는 그는 ‘순수’와 ‘진정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며 다른 후보 3인에 대한 무차별 포격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선거운동은 오늘 자정이면 막을 내린다. 당선권 못지않게 누가 몇 표나 얻을 것인지, 내기를 걸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 자격이 있는 남구 신정 1,2,3,5동의 유권자 수는 5만1천102명. 선관위도 후보 진영에서도 투표율을 ‘30% 안팎’으로 점을 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상을 훌쩍 뛰어 넘을 수도 있다. 네 후보 가운데 세 후보가 조직 관리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35%, 40% 이야기도, 당선의 방정식도 그런 바탕 위에서 나왔다.

‘조직’이란 낱말 속에는 ‘패거리’의 의미가 있다. 지연, 학연, 당연(黨緣)도 그런 범주에 속할 것이다. 그렇다고 ‘조직’을 굳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못 된다. 하지만 귀중한 한 표의 권리를 ‘패거리의식’과 맞바꾼다면 구태정치는 다시 날개를 퍼덕일 것이다. 패거리의식에 매몰되지 않고, ‘보궐선거’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정책공약과 사람 됨됨이까지 꼼꼼히 살피자.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자. 그리하여 ‘당선의 방정식’을 바꾸도록 하자. 2년 8개월의 남은 임기가 너무도 소중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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