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속회 파이팅!
울속회 파이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0.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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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21일, 국민들의 시선은 TV를 떠나지 못했다. 인도양 소말리야 해역에서 청해부대 소속 특수요원(UDT)들이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한 뉴스가 하루종일 헤드라인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화면은 묘한 긴장감을 갖게 했다. 시간시간이 전파를 탄 인질구출 소식과 함께 눈 길을 끈 것은 매시간 노출되는 삼호주얼리호 오렌지색 구명정이었다.

왜? 이유인즉슨 울산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구명정 제조업체 H사가 있기 때문이다. H사는 ‘구명정 하면 H사’를 연상할 만큼 작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삼호주얼리호에 탑재된 구명정이 H사의 것이라면 광고효과에서 ‘대박’이다. TV에서 삼호주얼리호 구명정을 보자마자 H사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삼호주얼리호 구명정이 H사껍니까?” 아쉽게도 “아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한 건의 흥미있는 기사 발굴이 무산된 순간이기도 했다.

지난달 초 H사와 관련된 흥미있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H사가 브라질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H사와 같이 작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11개 조선기자재업체가 모여 울속회(ULSOC)를 결성하고 브라질 공동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울속회는 지난해 8월께 설립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조선해양박람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의기투합해 브라질 조선해양 시장에 눈을 돌렸다.

브라질은 현재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 주도로 광구개발을 위한 거대 오프쇼어(offshore) 시장이 열리고 있다. 오프쇼어 시장이란 해양시추 설비와 관련된 드릴십, FPSO(부유식원유저장장치), 유조선, 탐사선, 해양플랜트 등을 통틀은 것을 말한다. 드릴십은 한 척당 5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오프쇼어 시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시장인 것이다. 브라질은 자국내 광구개발을 위해 중공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거대 크레인 하나도 제작할 수 없을 정도의 산업역량이 그들의 큰 고민이다. 더욱이 뛰어난 품질의 부품을 공급해야 하는 후방산업도 미약하다. 외국자본이나 자국자본으로 빠르고 많은 조선소 등이 ‘우후주죽’ 건설되고 있지만 겉모양이 화려할 뿐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조선강국인 한국의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7일~9일까지 브라질 현지 중공업 5개 구매 담당자들이 울산을 방문했다. 이들은 울속회 기업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고 그들에게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졌다. 이들은 울속회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출도 중요하지만 브라질 현지진출 의사는 없는지”를 물었다. 자국산업보호를 들어 수출보다는 오히려 현지진출이 유리하다는 것을 피력했다. 사실상 그들의 속내가 곤궁하다는 뜻으로 보였다.

브라질 현지 중공업 구매 담당자들의 울산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울산시와 중진공울산본부는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프로그램’에 따라 울속회를 지원했다. 지난해 울속회가 결성되고 이번에 방문한 다른 기업들이었지만 첫 번째 방문이 있었다. 이어 울속회는 이에 대한 답방으로 브라질을 방문해 현지실정을 파악했다. 울속회와 브라질 기업들은 오고가면서 수출과 구매의 길을 닦고 있는 것이다.

울속회 기업들은 30여년간 현대중공업과 함께 성장했다. 현재도 현대중공업이라는 큰 우산에서 안정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굳이 해외진출이라는 수고와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해외진출이라는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이라는 안정적인 매출기반에서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바라기 때문이다. 울속회 소속 한 기업체 관계자는 “울속회 기업들이 모이면 배를 한 척 건조할 수 있을 정도로 핵심적이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해외에 나가보니 큰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경쟁력이면 어떤 기술장벽이 있더라도 이를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속회가 수출길을 모색하고 있는 자신감의 배경이다.

최근 세계적인 리서치 전문기관인 ‘글로벌인포메이션’은 브리질과 함께 아시아 오프쇼어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했다. 2015년까지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 에너지 개발 잠재력을 가진 대부분의 국가에서 에너지 자급자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해양 탐사 및 생산 활동이 미개척 지역의 에너지 발굴을 위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서 아시아에서 또는 극지에서 오프쇼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울속회를 포함한 한국의 조선기자재 업계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정인준 취재1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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