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플라타너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0.19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생명의 씨앗이 싹텄던 이래 나는 언제나 당신의 곁을 지켜왔답니다.

내가 사는 곳은 인간들이 도시라고 부르는 곳이에요. 도시는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소음과 독으로 가득합니다. 나와 내 친구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어요.

모두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돌아가고 싶다…’하면서 울부짖는데도 잿빛 얼굴을 한 인간들은 우리들의 말을 듣지 못해요. 표정 없이 지나쳐갈 뿐이지요.

그런데 당신이 하늘을 닮은 파아란 얼굴로 내게 꿈을 아느냐 물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라고 기뻤는지! 내 비록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날부터 나는 당신을 위한 그늘이 되었어요.당신이 가는 곳마다 항상 내 잎사귀들도 함께 따라갔었지요.

어머니의 품에서 강제로 뿌리 뽑혀져 온 도시에서의 삶은 고통스러웠지만 당신이 나를 그 순수한 마음으로 생각해 주었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었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 때문에 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어요.

내 희망은 당신과 내가 함께할 길을 찾아가는 것이에요. 내 가장 길고 견고한 가지에 올라타세요. 우리가 걸어갈 길이 보이지 않나요. 이 길은 아주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모든 현인들이 원했고, 또 지나왔던 길이지요.

나는 당신에게 당신이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우주를 보여주고 싶어요. 이제까지 인간들이 원했던 진리에, 근원의 소용돌이에 도달하게 해 주고 싶어요.

그곳에 가면 모든 물질이란 없답니다. 그곳에 가면 당신의 육체와 나의 몸체는 사라지고 오직 순수한 정신만이 남아,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될 거에요.

이 혼잡한 불협화음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당신과 내가 부르는 노래만이 살아가는 한 이유가 될진대 소중한 사람이여, 내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우리가 다시 만날 시간에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줄 수 있도록.

< 울산외국어고등학교 오예서 >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