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으로 표현한다
이름으로 표현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0.18 2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머의 함축적인 표현효과는 다수의 대중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훨씬 더 생생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포드 대통령의 취임연설이다.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면서도 옛 정치인들과의 뚜렷한 차별성을 제시하지 못했던 그는 취임식 서두에 다음과 같은 한마디로 수많은 미국인과 세계인들을 웃게 만들었다.

“나는 링컨이 아니라 포드일 뿐입니다.”

‘포드’와 ‘링컨’은 사람의 이름인 동시에 자동차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고급승용차 링컨에 대중승용차 포드를 빗대서 정치가로서 자기의 대중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 절묘한 유머가 그에게 독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설은 아니지만 자기의 정치적 성향이나 포부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애시절 지금은 애 엄마가 된 그녀가 내심 불안해한다.

“한국 남자들 막상 결혼하고나면 변한다면서요. 연애할 땐 어디 안 아프냐, 배고프지 않냐, 밤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마 미소 짓고 부드럽게 하다가 결혼 후엔 폭언에 심지어는 손찌검까지 하는 걸 봤거든요.”

이런 이런, 하필이면 주위에 그런 남자가 있어가지고 나까지도 도매금으로 몰리는구나.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서도 정신만 차리면 호랑이 굴에서도 살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래 마지막 카드, 바로 내 이름이다.

“제 이름 김진배에서 받침 빼면 기지배지요.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랍니다.”

백마디 말보다 효과적이었다. 만약 내가 당황한 나머지 ‘난 안 그래요. 난 폭력 싫어해요. 그래서 난 권투도, 레슬링도, K-1도 안봐요. 태권도선수 검은 띠와 푸른 띠 중 어느 게 더 고수인지도 모르고요. 폭력 쓰는 남자들 모두 비겁한 자들이에요. 그런 자들은 종합폐기물처리장에 버려야 되요. 심리적으로 볼 때 폭력을 선호하는 남자들의 내면 심리를 분석해 보면 나약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라는 연구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답니다’라고 장황하게 변명했다면 아마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변명하는 것으로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유머로 표현한 이름풀이는 그녀에게 웃음을 가져왔고 그 웃음은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씻어내는 역할을 빈틈없이 수행한 것이다.

박인순사장은 영업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암초에 부딪쳤다. 그가 사장으로 있는 한국 스파이사코사의 영업사원들이 회사 이름을 한참 설명하면 사람들은 엉뚱하고 생뚱맞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니께 스파이사에서 나오셨군요?”

“우린 스파이가 필요없는디…”

흥신소도 아니고 미림팀도 아닌 건전회사이건만 자꾸 스파이란 이름으로 인식하니 난감할 밖에. 한국 정서에도 맞고 부정적 이미지도 벗을 겸 한 사장은 스파이를 빼고 회사명을 줄여 한(국스파이)사코, ‘한사코’로 소개했다. 그러자 고객들도 쉽게 기억하고 당연히 직원들도 사기가 오르고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의 명칭이 되었으며 누구나 친근하게 인식했다.

‘한사코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회사’ ‘한사코 좋은 제품만 만드는 회사’

나훈아, 남진, 태진아, 앙드레김, 에릭, 세븐, 비…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 이름을 바꾼 경우다. 물론 일반인들이야 이 정도까지 변할 순 없다. 그러나 유머를 살짝 가미하면 얼마든지 당신도 멋지고 재미있는 이름의 소유자로 바뀐다.

“박찬호 버금가는 박찬옵니다. 미국에 있다 오늘 아침에 귀국했어요. 메이저리그가 한 주 쉬거든요.”, “황우석 박사 만큼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는 황우식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복제하고 싶은 사람 1순위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명한 사람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결부시켜 기억시키는 유머기법이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괄시당하지 않고 존경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름의 유머화는 의의가 크다. 코카콜라나 삼성이란 이름은 수십억달러 이상의 브랜드 가치가 있다.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김진배는 평범한 이름이다. 명함 교환하고 3일이면 김진배인지 김중배인지 가물가물해진다.

그러나 기지배란 유머가 가미되면 김진배란 이름은 오랫동안 기억된다. 강의나 상담 집필에 대한 홍보를 위해 돈을 들이거나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홍보할 필요도 없다. 홍보비는 줄어들고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꿩 먹고 알 먹고다. 타임 이즈 머니에 이어 하나 더 속담을 만들 때가 되었다. Humor is money! (유머 이즈 머니!)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