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시작된 EBS 방송은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다. 그러나 지난 정부들이 사교육 억제차원에서 국가시책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그런 단점들은 항상 유야무야되거나 어설프게 봉합됐다. 사교육 억제책으로 시작된 이 교육방송 때문에 공교육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교육부가 해마다 이 책의 수능 출제비중을 높이면서 교과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은 2학년 때까지 교과서를 끝내고 3학년 때는 아예 EBS 교재로 수업을 진행한다. 때문에 3학년으로 진급하면서 구입하는 교과서는 있으나 마나다. 남구 모 남자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경우 올해 약 30만원어치의 교과서를 구입했지만 실제 수업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EBS 강사와 학교 교사를 서 로 비교하는 것도 현직 교사들의 위상을 떨어트리는 계기가 됐다. 보충수업시간에만 사용하도록 제작한 원래의 취지를 벗어나 담당교사들이 정규 수업에 이 교재를 사용함으로써 교사들은 거저 교육방송 수업을 지켜보는 허수아비가 된 것이다. 교육방송의 수동적 수업방식 때문에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잃게 된 것도 폐해 가운데 하나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질의,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TV화면만 응시하는 기괴한 수업방식 때문에 학생들은 창의성을 잃어버렸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은 바로 이 교육방송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교육 억제를 위해 시작된 교육방송이 지금 공교육 현장에 숱한 폐단을 낳고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이란 대의명분 때문에 이 정책의 근원적 오류를 지적하거나 시정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제도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마치 사교육 두둔자로 비춰질까 두려워해서 그런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지방교육자치가 아니다. 국가정책일지라도 잘못된 것은 거부, 조율하는 것이 교육자치다. 내년 울산 고3학생들은 모두 공교육의 정도를 밟을 수 있도록 울산교육이 앞장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