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헤아릴 수 없는 고색창연한 건물이나 국가·지자체가 특별히 지정해 관리하는 문화유산만이 문화재가 아니다. 이어진 발자취가 30~40년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삶이 깃들어 있기만 하면 풍습, 관습, 의복, 가구, 가옥 등 모든 것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옛 한양화학사택을 산업문화자산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최근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적절한 것이다.
지난 1972년 건립된 한양화학사택은 집한 채 규모가 13평 남짓하다. 요즘으로 치면 독신자,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원룸 정도의 크기다. 만일 사택의 크기가 40~50평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애착을 가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런 좁은 공간에 살면서도 공장에 이상이 있으면 언제든지 근무지로 달려가던 산업역군들의 모습을 그릴 수 있기에 그곳을 길이 남기자고 하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적지 않은 울산민속자료들이 세인들의 무관심 때문에 사라졌다. 구 옥교동 사무소 건물이 그 한 예다. 비록 일제 강점기 시절에 지어진 건물이긴 하지만 당시의 건축양식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이다. 울산대 한삼건 교수 같은 이는 없어진 그 건물의 모형을 간직하고 있을 정도다. 구 울산역사(驛舍)도 마찬가지다. 1930년대 건설된 옛 울산역 건물은 이곳 사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일제강점기시절 만주로 떠난 우리 선조와 6·25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피난민들이 이용하던 곳이다. 하지만 그 건물의 흔적은 지금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많은 지역 문화유산들이 사라졌다. 지금 당장 소멸위기에 처해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이번 옛 한양화학사택 보존제안과 함께 우리 모두가 지역 문화자산에 대한 가치를 제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