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텅빈 외솔 기념관
한글날 텅빈 외솔 기념관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1.10.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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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배 선생 업적·한글 우수성 관련 전문행사 전무
오출세 동국대 교수 “구체적인 한글 선양사업 시급”
▲ 한글날에도 한가한 외솔 기념관. 9일 이곳에는 인근 주민들이 산책을 겸한 방문이나 가족단위의 체험학습이 간간히 있었을 뿐 한글 사랑의 대표적 인문의 기념관이 무색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김미선 기자
대표적인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인 울산이 한글날을 기리는 행사에 인색하다.

9일 중구 동동의 외솔 생가와 기념관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문화유산 해설사와 해당 지자체의 직원이 출근해 있었지만 한글날과 연계된 행사는 KBS울산방송국이 개최하는 한글백일장이 KBS 홀에서 열렸을 뿐 생가를 찾는 시민들은 눈에 띄게 적었다. 9일 오후 4시 펴본 방명록에는 9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글날 하루 전인 8일 여성가족부 청소년활동프로그램인 ‘고맙습니다.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라는 주제의 ‘청소년 외솔제’가 중구청소년문화의집 주관으로 열렸지만 일상적인 이벤트 행사였다는 평가다.

학계에서는 외솔과 연계된 학술행사 등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본격적인 행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오출세 교수는 “한글이 세계적인 우수성을 인정받는 문자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글 보급의 절대적인 공을 끼친 외솔의 고향에서 한글날과 관련한 기념행사가 부실한 것은 중요한 문화자산을 묻어두는 것”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행사도 중요하지만 울산에서도 한글과 관련된 구체적인 한글 선양사업을 벌여 시민의 자부심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족과 함께 생가를 찾은 임동영(41·서동)씨는 “한글날을 맞아 두 딸에게 한글보급에 평생을 바친 외솔 선생의 생가에서 생생한 현장 학습을 하러 왔다”며 “그러나 한글날임에도 불구하고 생가에 인적이 드문 것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씨의 딸 가연(11)양은 “외솔 선생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기념관과 생가에 와서 아버지에게 들었다”며 “바로 이웃에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분의 집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기념관 관계자는 “한글날이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3배 정도의 관람객들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한글날 행사가 백일장, 청소년 체험행사에 그치는 것은 외솔 생가가 있는 중구청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지 않은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솔기념관에서는 19일 외솔의 음력 생일을 맞아 제2회 외솔 한글 한마당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 날 이미 제작된 외솔 동상 제막식도 함께 가진다. 그러나 주요 프로그램은 우리말 골든벨, 문자 빨리 보내기, 한글사랑 4행시 짓기 등 한글 관련 행사와 페이스 페인팅, 먹거리 장터 등 일반적 축제 부대행사가 마련돼 있고 외솔의 학문적 업적이나 한글의 우수성에 본격 접근하는 행사는 전무하다.

현재 이 행사에 배정된 예산은 1천500만원에 불과하며 내년에 1천500만원을 더 추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예산으로는 지금 같은 소극적 행사밖에 치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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