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9.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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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상 콧대 높기로 치면 누가 최고일까? 강남구민? 서울대 출신? 유학파? 타워 팰리스 주민?

이들의 세도도 대단하나 지금 소개할 분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 즉, 조족지혈 정도 밖에 안 된다. 그 분들은 바로 세도의 상징 안동 김씨 가문. 요즘에도 술집이나 경찰서에서 ‘나 검찰청 사람인데, 파란지붕에 있는 사람인데’하면 통하는 식으로 순라꾼들의 야간 통금에라도 걸리면 ‘나 안동 김씨의 김 아무갠데’하면 모두가 알아서 설설 기었던 것.

그런데 그리도 세도 높기로 유명한 가문을 납작하게 눌러버리고 숱한 정적들을 일거에 물리치곤 새로운 세도 짱으로 천하에 이름을 날린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섭정남 대원군(일명 대원위 대감, 흥선 대원군, 고종의 생부)이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막강한 울트라 캡션 권력파워 짱인 그 대원위 대감에게 한 젊은 선비가 나타났다. 출세길을 알아보려 실세 대감을 만나 법도대로 인사를 했으나 본체만체 붓을 들어 난만 치고 있었다. 절을 하는 걸 못 보았나 생각해서 한 번 더 큰 절을 하는 순간 불호령이 떨어졌다.

“네 이 놈, 네 놈 들어올 때부터 유심히 보았는데 어째서 산 사람에게 두 번 절을 하느냐? 나보고 빨리 송장이나 되라는 뜻이렸다.” 아차, 이제 출세는 커녕 어르신 능멸죄로 멸문지화를 당할 순간, 그러나 젊은 선비는 동요하는 빛도 없이 느긋하게 사정을 말한다.

“그게 아니구유, 처음 절은 첨 뵙겠습니다란 뜻이구유, 두 번째 절은 저를 본체만체 하시니 그냥 물러가겠사옵니다하는 뜻이구만유.” 힘도 들이지 않고 능청스럽게 수월수월 넘어가는 그의 말 솜씨에 감복한 대원군이 범상치 않는 인물이라 생각하고는 요직에 등용하였던 것.

선비눈 중대 위기를 맞았으나 오히려 그 위기를 역전의 기회로 삼았다.

누구나 알아주는 굴지의 기업 S보험사에서도 잘나가기로 소문난 김부장은 그 옛날 생각을 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지금이야 웃지만 당시엔 식은 땀이 났었는데… 때는 바야흐로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기 전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19년전 홍안의 청년 시절 그가 입사 면접을 보는 그날 그 장소. 지금은 김부장을 자식처럼 아끼는 그룹의 명예회장(당시 전무이사)과의 면접 대화다.

“으흠, 대학에서 종교학을 했구먼, 영업을 하려면 융통성도 있어야하는 데 거짓말은 조금도 못할테니 우리 일과는 안 맞겠어.”

이런 이런 어쩐다. 종교 공부를 했다고 융통성이 없다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요, 이게 무슨 안타까운 변고란 말인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떨어지면 안 되지. 암. 나만 바라보는 식솔이 얼만데. 아니 종교학이 무슨 근본주의 교인되는 건가? 융통성이 없다니. 엉뚱하고 황당하게 느껴지는 소리도 하는 게 종교적 융통성 아닙니까라고 말해볼까. 종교쪽 사람도 사람마다 다르고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우길까. 불과 2-3초만에 이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신기하단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잔 생각이 들었고 빙그레 웃으며 이리 대응했다.

“예리한 추측이십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여기 계신 분들 뿐 아니라 고객도 그렇게 생각한단 겁니다. 저 사람은 종교학을 했으니 이 상품을 판매하며 거짓말은 안 하겠군 하고 말이지요.”

이어 좀 더 이야기하려했지만 면접관들이 전무를 보며 웃는 것으로 이미 대세는 젊은이의 한판승으로 판명났다. 그 웃음의 의미는 아마도 이런 것이었으리라.

‘이번 승부는 전무님이 판정 패입니다.’

‘그 젊은이 순발력이 대단한데.’

위기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당황한다. 당황하면 사리분별을 못한다. 당연히 악수패를 두게 되어있다. 프로들은 위기에 침착하다. 위기(危機)란 다른 말로 하면 ‘위험하지만 잘 활용하면 아주 좋은 기회’인 것이다. 프로복서들은 자신에게 주먹을 날리는 위기의 순간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살짝 피하며 카운터 펀치를 날려 상대를 쓰러뜨린다. 힐러리는 남편의 성추문이란 위기를 통해 오히려 위대한 지도자로 거듭나게 된다.

“난 남편의 이번 행위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포기하진 않겠습니다.” 당혹스런 일을 당했을때 낭패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위기지만 도약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성공의 한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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