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0년 넘게 살고 싶은 곳은?
앞으로 30년 넘게 살고 싶은 곳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17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기 좋은 심리적 환경은 ‘이웃들이 모두 인사하고 지내는 곳이냐 아니냐, 주민들이 그런 곳으로 만들 계획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본보 4월 17일자 1면 ‘남구에서 살고 싶다’ 보도에 울산 시민들이 생각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빠져 있어 지적하기로 한다. 부동산 포털 ‘울산114부동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생활의 편이성, 주변 환경, 교육여건 등을 이유로 두 개의 동이 24% 를 기록했다. 이 통계를 조금 더 분석하면, 주거지를 선택할 때, 레저 시설, 병원의 인접성, 쇼핑의 편리함, 소음이 적은 곳, 치안이 잘 된 곳, 경치가 좋은 곳, 교육여건이 좋은 곳, 투자가치가 있는 곳 등등의 순서이었다. 인터넷으로 조사한 내용이다. 그러다보니 오해와 의문점이 생길 수 있어 몇 가지를 밝히어 ‘더불어 나누는 삶’, 살기 좋은 울산 만들기(본보의 연중 캠페인)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설문지 내용을 심리측정 이론 입장에서 자세히 검토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으나 나타난 사실로 보면 다음의 몇 가지가 울산의 미래를 위해 걱정된다. 설문 내용의 출발점이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묵시적으로 가정(假定)하고 있는 점이다. 지금 사는 곳에 비하여,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를 묻는 것이다. 그러면서 투자가치를 복선(伏線)으로 깔고 있다. 앞으로 집값이 올라갈 만한 곳을 머리에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이, 레저시설을 첫 번째로 꼽았는데 응답자의 배경이 전혀 나와 있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다. 한 달 수입이 얼마정도 되어야 레저시설을 살고 싶은 곳의 조건으로, 그것도 우선순위로 삼을 것인가 따져 보아야 한다. 이 조건 자체도 문제가 된다. 도시계획과 도시설계는 개념상 차이가 있으며, 레저 시설은 도시설계의 범주에 들어간다. 요즈음 대도시의 도시설계는 ‘건축의 도시화’라고 할 만큼 복합레저 시설을 갖춘 커다란 건물 짓기로 통한다. 하나의 건물 안에 상가, 의료기관(치과), 운동 시설, 영화관, 게임 방, 식당가, 수영장 등등이 다 들어간다. 레저를 하기 위한 건물이 따로 따로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건물이 이들을 다 수용해버린다. 이 점을 고려하면, 살기 좋은 곳 선택에서 레저 시설은 크게 고려될 사항이 아닌 것 같다. 도시계획의 큰 틀로 보아 ‘학교를 어디에 짓고, 공원을 어떻게 만들고, 도로 폭을 얼마로 하고’ 등등이 물리적 환경으로서 살기 좋은 곳 선정기준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보다는 ‘심리적 환경을 어른들이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고려하여 앞으로 한 30년을 자식들 키우며 어떤 곳에서 살 것인가 물어보는 것이다. 즉, 심리적으로 행복한 환경을 살기 좋은 곳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수(長壽) 마을, 100세 이상의 노인들이 많이 사는 곳을 수년 전에 어느 대학에서 조사한 일이 있다. 몇 가지 특징 중의 하나는 이들 마을에는 정다운 이웃 친구들이 있는 것이었다. 정다운 친구는 현대적인 용어로 ‘스트레스’를 풀 대상인 것이다. 저녁마다 이웃 친구 집에 마실 가서 어제 본 며느리 흉, 사위 흉을 오늘 또 보아도 다 들어주는 이웃인 것이다.

정을 주고, 받는 이것이 장수의 비결이고, 행복의 조건인 셈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살기 좋은 심리적 환경은 ‘이웃들이 모두 인사하고 지내는 곳이냐 아니냐, 주민들이 그런 곳으로 만들 계획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서로 다 알고 있으니 치안은 걱정 안 해도 되는 것이고, 당연히 자녀 교육도 안심하고 시킬 있는 곳이 되는 것이다. 그래야 한 30년을 내다보며 살아가는 곳이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