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치사(功致辭)’에 대한 생각
‘공치사(功致辭)’에 대한 생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2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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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치사(功致辭)’의 사전적 의미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을 위하여 수고한 것을 생색내며 스스로 자랑함”이요 다른 하나는 “남의 공을 칭찬함”이다. 대개는 전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잘된 일을 자신의 공이나 치적으로 돌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 정도가 지나쳐 양껏 부풀려 선전하는 ‘과대포장’으로 이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들어 울산시 북구 ‘오토밸리로 2공구 사업’의 희망적 진전을 둘러싼 공치사가 청어 떼를 만난 돌고래 무리들의 몸놀림처럼 요란하다. 장생포를 모항(母港)으로 하는 ‘고래바다여행선’이 참돌고래 떼의 군무 소식을 곧잘 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녀석들의 군침 도는 먹잇감들이 좋아하는 수온을 따라 여행선의 항로에 자주 출몰하기 때문이다.

북구 오토밸리로 2공구 조기(早期)개설의 공치사에 너나없이 빠져든 인사들은 어찌 보면 참돌고래의 생리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지난 17일 오토밸리로 2공구의 1구간(연암 나들목∼화봉 나들목) 4Km의 개통식에 있었던 고위공직자의 발언이 새삼 주목을 끈다.

전언에 따르면, 이날 박맹우 광역시장은 전례 없는 어조로 ‘직격탄’을 날렸다. 사업주체가 엄연히 울산시인데도 그 성과를 두고 다른 선출직 인사들이 ‘언론 플레이’로 공치사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는 것. 그 대상은 당적이 다른 기초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이었다.

시장은 “앞으로 예산확보 문제만 해도 살얼음을 걸어야 할 판인데 벌써부터 언론 플레이나 하고 다녀도 되느냐”고 직설화법을 구사했다. 윤종오 북구청장의 경우 ‘코스트코’ 입점 시비로 한창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이분들이 관계 장관을 만난 사실은 사진과 함께 지역 언론을 탄 적이 있었다. 조승수 국회의원의 소식은 지난 16일에 보도됐다. 그는 “기획재정부에 의해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는 오토밸리로 2공구 사업은 확인 결과 B/C가 1보다 크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B/C가 1보다 크다는 것은 해당사업의 경제성이 있고, 그만큼 예산 반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긴 그의 공적도 없진 않았다. 북구 주민대표들이 서명용지를 들고 만난 이는 바로 그였다.

유사한 공치사는 야당 공직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여당 인사들도 ‘공치사’ 성격의 보도 자료를 내보낸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언론 플레이의 시점’일 것이다. 광역시장의 진노는 그 대상이 야당 출신이란 점 말고도 “밥이 채 익기도 전에 솥뚜껑부터 먼저 열었다”고 해석한 탓도 있었을 법하다.

기록을 뒤져보면 공치사를 즐기는 사례는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본보기가 ‘국립울산대학교 울산 유치’의 성과일 것이다. 그러저런 성과를 둘러싸고 “나의 공적”이라고 자랑하지 않은 지역 국회의원이 과연 몇 분이나 됐을까.

“오른손이 한 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가르친 예수의 말씀은 인간 군상들의 공치사 풍조가 가져올 일그러진 사회상을 염려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격이 좀 다르긴 해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라는 예수의 말씀도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을 철권 통치했던 로마 황제(가이사=카이저)가 부과한 세금은 청구된 그대로 납부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말씀을 허튼 공치사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이들에게도 대입하고픈 충동은 왜일까.

일련의 공치사 해프닝을 죽 지켜보던 울산시의회의 한 의원이 뼈대 있는 말을 한 마디 던졌다. “누군들 조금씩이라도 공 없는 분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분들의 의식에 민초(民草)인 ‘주민들’의 존재가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잘 모르실지 모르지만 오토밸리로 2공구 조기 개설의 기폭제가 된 것은 청원 서명에 동참한 북구 주민 4만2천920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인다. “북구 유권자의 40%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이분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왜 빠졌을까요.”

‘공치사(功致辭)’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 즉 “남의 공을 칭찬함”을 북구주민들에게 돌렸으면 좀 좋았을까. 그런 공치사는 주민청원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인 울산시의회에도 같이 나눠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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