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회기 일일당직
비회기 일일당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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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회나 정례회가 열리지 않는 한여름과 한겨울에 진행되는 울산시의회 의원들의 ‘비회기(非會期) 일일당직’ 제도가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시의원 개개인의 치적(治積) 홍보에 치우치지 않느냐”는 따가운 눈총도 존재하긴 하지만 “없는 것보다야 몇 배 더 낫다”는 평이 대세를 이룬다.

8월 한 달 동안 토·일요일이나 국경일 같은 공휴일만 빼고 연속으로 상영(?)되는 비회기 일일당직은 지난 1일 김종무 의회운영위원장의 근무로 첫 테이프를 끊었으니 이미 절반을 넘어선 셈이다. 제4기 의회 때도 똑 같은 방식으로 시행된 제도지만 솔직히 그 당시의 반응은 지극히 미미했다. 제5기 의회 들어 판을 키운 것은 지역 언론이었고, 개원과 더불어 달라진 지역 선량들의 의욕도 한 몫 거들었다.

일일당직의 모양새는 대체로 엇비슷한 편이다. 시나리오는 눈을 감고도 작성할 수 있을 정도다.

당첨이 된(당직이 잡힌) 시의원이 그날 오전 9시쯤 일찌감치 의원연구실에 자리를 잡는다. 2시간쯤 지나 오전 11시가 되면 선거구 주민이나 또 다른 민원인 대여섯 명이 의원연구실 문을 두드린다.

때맞춰 집행부(울산시나 시교육청) 관계자도 의자 하나를 차지한다. 시의원들을 찾는 민원인 수가 대개 대여섯 명 선인 것은 의원연구실의 수용능력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원인이 많은 날, 의회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메모도 선 채로 할 수밖에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소도구의 존재 유무다. 지역구 민원은 ‘도로 개설’이나 ‘도로 확장’이 주를 이룬다. 재개발에 따른 문제도 물론 포함된다. 이 두 경우 으레 지도가 그려진 상황판이 등장한다. 그런 다음 담당 공무원의 세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상투적’이란 지적이 그래서 따르기도 한다.

시의원들의 8월 일일당직에 동원된 횟수가 많은 공무원으로 울산시 종합건설본부의 류석희 사무관이 손꼽힌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그는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고 노련한 설명으로 이미 ‘브리핑의 귀재’란 별명까지 얻었다.

‘민원 상담‘ 혹은 ‘주민 간담회’가 의원연구실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장으로 달려 나가는 ‘발로 뛰는’ 시의원도 없지 않다.

환경복지위원회 이은주 위원장은 무덥고 답답한 실습공간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여성 용접일꾼들을 만나러 남구 신정동에 있는 울산시 여성인력개발센터 3층으로 직접 달려갔다.

여성노동예비군들을 의원연구실로 초청한 것은 그녀들에게 점심을 대접한 이후의 일이었고, 대화는 자리를 옮겨서도 계속됐다.

교육위원회 권오영 위원장은 민원인을 만나서 간담회를 가진 이후에도 또 하나의 일거리를 만들었다. 울산 외국어고등학교의 붕괴된 옹벽이 장맛비로 또 다시 무너져 내렸다는 뜻밖의 소식을 접하고 발품을 팔아야겠다고 작심했던 것. 권 위원장의 ‘긴급 동원령’에는 휴가 중이던 교육위원 거의 전원이 응해 확연히 달라진 의원 상을 몸으로 전하기도 했다. 비회기 일일당직 순서가 바뀌는 일도 벌써 서너 차례나 있었다. 이 경우 당사자 간의 진솔한 대화가 근무교대를 성사시킨다. 여와 야, 위원장과 평의원이 따로 없이 진한 동료애가 오가고 있는 것이다.

일일당직을 서던 날 박영철 의원은 찾아온 중구 주민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일일당직 하는 날은 지역 민원 중에서도 가장 이슈(쟁점, 관심사)가 되는 것을 골라 집행부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타진하고 궁금증도 풀어주는 그런 날이죠. 어려워 마시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일일당직은 이제 거둘 수 없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간다. 임시회나 정례회가 열리는 회기 중에는 엄두조차 내기 힘들었던 의사당 내 주민 접촉이 가능해졌다. 지역 언론도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민원의 현장을 비교적 소상하게 중계해 주려고 애쓴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그것은 제도의 진화(進化)다. 앞서 언급한 두 위원장처럼 현장으로 달려가는 일일당직은 진화를 실천으로 보여준 훌륭한 본보기다.

보름 남짓 남은 일일당직 기간 더욱 진지하고 활력 넘치는 일일당직 근무를 기대한다. 더불어, 민원상담에 일일이 응하는 집행부 공무원, 민원의 속살을 기록에 남기는 전문위원실 관계자, 그리고 사진담당 공무원 모두에게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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