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빚는 행위에 대한 관찰
술 빚는 행위에 대한 관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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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사람들이 개발한 소주(燒酒)는 14세기 초 원나라를 통하여 고려에 들어 왔으며 함께 온 것이 소줏고리다. 술을 익혀 식힌 증류를 받아 내는 그릇인 소줏고리는 대개 흙으로 빚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과 쓰시마의 이즈하라 전시관에서 본 소줏고리도 옹기였으나 구리나 놋쇠로 만든 것도 더러 있다.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술은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염원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한다. 잉여 곡식으로 술을 빚어 한 해 무사히 보냈음을 하늘에 제사 지낼 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었다. 우리 민족은 3000년 전 부여에서부터 영고(迎鼓)라는 제천의식 때 술을 사용한 기록이 나온다.

첫해가 뜨면 그 해에 괴질이나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하늘에 예를 다한다. 설날에 마시는 술은 약초가 든 도소주(屠蘇酒)이다. 이어서 정월 대보름 이른 아침에는 귀밝이술(耳明酒), 삼월삼짇날에는 과하주(過夏酒)를 마시면서 여름을 잘 이겨내기를 바란다. 5월에는 밭에 씨를 뿌리고 곡식이 잘 영글기를 바라면서 한잔하고, 10월에는 잘 익은 곡식을 거두어 들여 술을 빚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일제강점기에는 주조법에 따른 세금 수탈을 벗어나기 위해 바탱이(눈속임단지) 밑에 큰 술독을 묻어 제사용 술을 담았었다. 술은 의례에 사용되었으며, 술과 가무는 흥겨움의 상징이었다. 김홍도의 그림 ‘주막(酒幕)’의 마루 끝에 보이는 큼지막한 항아리 속에도 술이 가득 들었을 것 같다.

최근 ‘~~ 예’라는 이름의 소주가 출시되었는데 아주 인기가 있단다. 이 더운 여름에 왠 소주인지 진정 사람들의 술 취향에 관해선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아 취할 정도다.

인류문화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는 그의 저서 三角의 料理에서 ‘술을 빚는 행위란 곧 자연으로 돌아가는 종교적 체험행위가 된다’고 했다. 하늘이 내린 선물로 알려진 술에 대한 풍습 내지 예의는 민족별로 차이가 있다.

중국에선 술을 마시는 사람의 성품에 따라 길흉화복이 갈라진다고 하면서 ‘청주는 성인이요, 탁주는 현인이다.’라고 말하기도 하며,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하진 않는다. 술을 조금만 마시려면, ‘스위(隨意 뜻대로 마음대로)’라는 말로서 양해를 구하고 약간씩 마시면 된다.

최근 중국을 견학하면서 구입한 주사위는 술을 마시는 방법을 놀이로 만들어 놓았는데 6면에 새긴 문구 중에 이 ‘스위’가 들어있어 가족끼리 가끔 이용하는데 모두 재미있어 한다.

얼마 전부터 막걸리가 건강식품의 반열에 들어오면서 가끔 보는 풍경 중 하나가 퇴근길의 아저씨들이 들고 오는 검은 봉투 속에 막걸리 병이 들어 있다. 알코올 함유량이 6도여서 입맛이 순하고 저칼로리 웰빙 술인 막걸리에서 항암과 항비만효과, 염증을 완화시키는 소염효과 물질이 확인되면서 막걸리 붐이 일고 있다.

우리 나라의 전통 술은 누룩과 물만 있으면 빚을 수 있다. 다 빚은 술은 거르는 방식에 따라 동동주, 탁주, 청주, 막걸리, 소주로 나뉜다. 동동주는 술이 발효되면서 밥알이 동동 떠 있는 상태의 술을 가리킨다. 탁주에 용수(채)를 이용하여 술만 떠내면 청주다. 탁주에서 청주를 걸러내고 남은 술에 물을 부어 막(금방, 거칠게) 걸러낸 술을 막걸리라 한다. 발효된 술을 소줏고리에 담고 열을 가해 증류시켜 낸 술이 대개 집에서 만든 전통 소주다. 여기서 증류시키는 기술에 따라 소주의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술을 증류시키는 도구인 소줏고리의 모양은 지방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냉수(냉각수)가 담긴 그릇(뚜껑의 역할을 겸함)을 한 덩이로 빚거나 별도로 빚는 방식이 있다.

소줏고리에서 데워진 술의 증기는 냉각수가 담긴 독의 표면에 닿아 식으면서 물방울이 되어 소줏고리 몸체 내 턱에 떨어져 모이는데, 빨대처럼 길게 튀어나온 빨주 부분으로 흘러나온 물방울이 소주다. 숨 쉬는 옹기를 이용하여, 물질의 기화와 액화 상태의 성질을 응용한 소줏고리는 퍽 과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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