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11 무거고등학교 이창규 선생님
열정어린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11 무거고등학교 이창규 선생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1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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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무와 함께 보전해야 할 무형 문화재 교사
무거고 이창규 선생님
교단에 선지 3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열정을 갖고 있는 이창규 선생님, 몸짓에서부터 처용무가 느껴진다.

불시에 인터뷰를 하러 무거고등학교를 찾았는데, 어느 선생님이 목장갑을 끼고 화단 둘레의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고 있었다.

교무실이 어디냐고 물어볼까 망설이다가 그냥 건물로 들어가 이 교사가 있다는 사무실에서 약 30분을 기다렸다. 그때 허름한 잠바 차림의 쓰레기를 치우던 남자 선생님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처용무의 보전자 이창규 교사인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서로 느낌이 와서 인사를 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가까이에서 본 이 교사의 인상부터 ‘내 학교, 내가 보살핀다’는 정감이 그대로 나타난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울산 신정고등학교에서 ‘처용무반’을 맡아 처용무(處容舞)에 관한 독학을 시작하였다.

사이사이에 처용무 보전자(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아가며 학생들을 열정으로 지도하기 시작하였다.

처용무는 여느 탈춤과는 달리 독특한 느림템포가 있어서 처음에는 무척 어려웠다. 학생들도 이 춤을 10분간 추기가 힘들었다.

이 교사도 마찬가지였으나 독학으로 처용무보(處容舞譜)를 보면서 연습하여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의 처용탈은 울산의 처용탈방(대표 김현우, 244-3346)에서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이 탈을 신정고등학교 학생들이 빌려 쓰고 울산의 처용 문화제 행사 때 춤을 춘다, 처용탈은 김현우씨가 사료(史料)를 구해 연구하고 거의 복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창규 교사도 처용탈방의 도움을 받아 ‘역신(疫神) 쫓기’의 춤이기 때문에 탈의 모양이 다른 탈들과 다른 점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이 춤은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는 춤이고, 처용탈에 관한 논문도 300여 편에 이른다고 한다.

처용을 한자풀이로 ‘그곳에 있는 늙은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 이름으로 새겨야 마땅하다고 한다.

이창규 교사는 영남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교직을 이수한 뒤 일반사회 교과를 맡아 법과 사회, 사회문화 쪽을 가르치고 있다.

어떤 무용을 전공한 교사가 아니다. 우연한 기회가 주어져 울산만의 자랑거리 무형문화제 제 39호 처용무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쳐 제 41회 전국 민속예술제(2000년)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다.

1980년대 울산문화원 지정 처용무 전수학교로 신정고등학교가 선정되고 이 교사가 열정으로 지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숨어서 울산 문화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에 울산광역시장의 표창(2000년)을 받은 바 있다.

이 교사가 안타까워하는 일 하나,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익힌 처용무가 고등학교 수준에서 멈추어버리는 일이다. 대학으로 진학한, 특히 울산지역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서 계속 발전, 확대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울산의 문화가 전승되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울산광역시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처용무의 무용복 한 벌이 약 100만원이다.

자신의 처용무복을 한 벌 갖고 싶어 하는 이 교사의 씁쓸한 표정을 못 본 척 하고, 필자는 정문 층계를 내려와야만 했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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