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탑 로터리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마다
공업탑 로터리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7.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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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택시 기사가 불평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때는 로터리에 신호등이 없었다. 운전자 모두가 로터리를 돌면서 자율적(自律的)으로 차선을 바꾸어가며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던 때의 이야기이다. 자동차들이 많아져 잘 나가던 로터리가 점점 막히기 시작하면서 나온 말이다. 그날따라 로터리의 정체가 심했다. 그 기사는 승객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거칠게 심한 말을 섞어가면서 불평했다.

‘우리야 시간이 걸려도 XXX 손해 볼 것 없지만 울산에 처음 와서 자가용 운전하는 사람들, 골 때릴 겁니다. 부산 서면 로터리에서 왜놈이 자가용 갔고 왔다가 로터리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양보해주지 않으니까 빠져 나가지 못해 로터리를 뺑뺑 돌고 있었답니다. 교통순경이 마침 이것을 알아차리고 다른 차들을 세워놓은 뒤 빠져 나가게 했다는 거 아닙니까. 우리 기사들이 경험으로 아는데 신호등 몇 개만 설치해 놓으면 됩니다. 이렇게 엉켜서 꼼짝달싹 못할 때는 신호등을 설치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알아서 잘 빠져 나갔습니다. 적당히 양보도 하고, 초보자들은 운전석 문을 열어놓고 손을 내밀어 부탁도 하여 서툴지만 잘 빠져 나갔습니다. 정체도 안 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안 됩니다. 들입다 밀어 넣고 보아야지 양보하다가는 왜놈 같이 뺑뺑 돕니다. 저기 보세요. 교통순경이 나와서 통제(統制)하니까 조금씩 빠져나가죠?’

여기서 자율과 통제의 경계를 생각하게 된다. 20여년 전만해도 ‘자율적(自律的)’인 교통체계의 모습을 로터리에서 볼 수 있었다. 운전자들이 서로 양보 받고 양보해주면서 네거리, 오거리를 신호등 없이 가로질러 가는 것이다. ‘통제적인 교통체계’는 신호등으로 일정 방향은 멈추어 기다리게 하고 다른 방향을 진행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큰 도시 네거리에서는 이렇게 교통을 통제했다. 미국의 신호등이 없는 주택가 네거리에서는〔STOP〕(‘우선멈춤’) 교통표시가 있어서 신호등 없이 네거리에 먼저 와서 기다리던 순서대로 출발한다. 스스로(自) 이렇게 하자고 약속을 정하고 운전자 모두가 지키는(律) 것이다. 자율적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공업탑 로터리가 막히면서 신호체계의 필요성, 자율보다는 통제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엽전은 어쩔 수 없어! 몽둥이로 패야 말을 들어!’라는 말이 나온다. 자율에 맡겼더니 엉망진창이 되어 어쩔 수없이 통제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처음 로터리를 건설할 때의 기대는 유럽풍의 선진국처럼 자율적(민주적)으로 멋있게 교통소통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얼마만큼 그렇게 운영되었다.

물론 자동차 수도 적고, 서투른 운전자들의 접촉 사고가 있기는 했어도 신호등 없이 자율적으로 갈 곳을 찾아 갔다. 이런 자율적 모습도 잠시, 자동차의 증가로 인한 정체와 ‘나 먼저’의 욕심이 결국은 통제 받아야 할 신호등 설치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변화과정을 직접 체험해보고 잠시 생각을 해본다. 특히 울산의 정치판이 고장의 어른도 몰라보는 막장 드라마 같은 불량배 행동이 나와서 그렇다. 기본 예의도 지키지 않고, 언어 화염병을 자율로 던져서 그렇다.

진화론에서 자율은 유기체가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는 체온조절로 풀이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통제는 환경이 유기체를 변형시켜 돌연변이가 나오고 이들이 새로운 유기체로 퍼져가는 상태로 풀이한다. 다시 자율은 프로이드의 성격발달이론에서 ‘갈등을 겪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으로 풀이한다. 통제는 성격을 형성하는 한 요소가 과잉 발달(?), 과잉 퇴보(?) 상태에 머물러 있도록 붙잡고 있는 상태로 풀이한다. 아주 크게는 자연사(自然史), 문화사(文化史)에서, 자율은 스스로 생성, 소멸했던 과정이고, 통제는 이상(理想)을 향해서 계획적으로 일을 도모했던 혁명들로 풀이한다. 아주 작게는 시계추(時計錘)의 흔들림에서 어느 한 쪽은 자율이고, 다른 한 쪽은 통제로 풀이한다.

이것도 시계가 가고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시계가 멈추면, 즉 시계추가 움직이지 않으면 자율도 통제도 없다. 민주화 시계는 자율로 질서를 잡으며 가는데, 자율로 놓아두면 몰상식한 방종이 되어 통제가 필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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