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문의 자기 자랑
어느 신문의 자기 자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7.14 2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줄이나 쓰는 사람 쳐 놓고 속내로는 저 잘났다고 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속내가 없으면 글로 의견을 나타내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도 남기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나도 잘 난 건 없지만 모든 게 다 시시하게 보여 아무 말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밖으로 들어난 것이 없어서 좀처럼 만나보기 힘이 든다. 엄격히 말해, 말빚을 지고 간다는 법정 스님도 자기 잘 낫다는 마음이 어느 한 쪽에 숨어 있어서 그렇게 많은 글을 남겼다. 최근에는 명진 스님도 자신의 수행기(스님은 사춘기)에서 힘을 빼라고 하면서 수영의 힘 빼기, 골프의 힘 빼기, ‘나는 누구인가?’의 화두에서도 생각의 힘을 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법한다. 사실, 이들 말고도 여러 인간관계에서 힘 빼는 일은 서로 통한다. 다른 말로는 자기 자랑을 줄이라는 것이다.

법정, 명진 스님은 대단한 사람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감성(感性)을 울릴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부질없는 것들이라고 가장 이기적인 행동으로 자기 수행에만 전념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갔을 것이다. 정직한 고백으로, 돋보기는 저들의 수행 근처에도 못 가면서 저 잘 났다는 마음으로 때로는 되지도 않는 글들을 써댄다. 그 중의 하나가 오늘 살펴볼 신문의 자기자랑이다.

7월 9일(토)자 중앙의 모 일간지에 ‘황우여 OO일보 칼럼 보니 내가 틀렸다’는 제목으로 황우여 원내대표가 실수했다는 잘못을 인정한 기사가 나갔다. 이 기사가 그 신문의 자랑이 되는 것은 K 논설위원의 칼럼 내용이 옳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어서 그렇다. K논설위원이 7월 8일자 ‘오늘과 내일’ 칼럼에 황우여 원내대표가 라디오 연설에서 학비부담으로 자살하는 대학생이 200∼300명이라고 한 것이 틀렸다고 지적하였는데, 그 칼럼이 맞고, 황우여 원내대표가 자기의 연설이 틀렸다고 밝혔다는 기사이다.

돋보기는 사적(私的)으로 황 원내대표의 동생(뉴욕 Albany 한인교회 장로)을 통해 그를 잘 알고 있다.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독실한 기독교 장로로서 자신의 실수를 바로 잡는 행동이다. K논설위원의 철저한 조사와 기자정신(취재과정에 논설위원임을 밝히지 않고 있다)이 들어나는 칼럼이었다. 특히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등록금’발언이 보좌진의 실수로 나올 수도 있었다는 해설까지 친절하게 밝혔다. 기사에서는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고 오류가 드러나도 무반응이기 일쑤인 정치권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실수를 직접 바로 잡고 유감표명까지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고 우리 정치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비슷한 자랑이 같은 신문의 H논설실장이 광우병 쇠고기가 한창 시끄러울 때, 미국의 유명한 햄버거에는 한국의 시위와는 아무렇지도 않게 늙은 소의 고기가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어떤 댓글이 붙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얼마 후, H논설실장의 칼럼이 맞는다는 기사가 다른 기자를 통해 확인되었다. 중앙의 유명 일간지에 이런 기사들이 과거에도 자주 나타났었다. 분명히 자기들 신문의 자랑이다.

돋보기 칼럼에도 가끔 본보에 실린 기사 또는 다른 칼럼 내용들을 인용하며 설(說)을 풀어갈 때가 있다. 분명히 밝히건 데 이것은 본보에 관한 자랑으로 돋보기가 일종의 본보에 대한 사명감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을 혹자는 자기 신문의 내용을 갖고 칼럼에 쓰는 것은 ‘속 보이는 행동’, ‘옳지 않은 행동’ 또는 쑥스러운 행동이라고 불편해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래서 한동안 자신이 없어 이런 칼럼 쓰기를 삼갔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용기를 갖고 사실(fact)에 더하여 내러티브(narrative)로 독자에게 조그만 감동(感動)이라고 일으키게 써나갈 계획이다. 요즘 울산의 둘레에 너무 스토리텔링이 없어서 읽는 재미를 위해 내러티브로 노력할 것이다.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