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7.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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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이라면 첫째가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살펴보고 이것을 잘 가꾸어 가고 있는지 관찰해본 뒤에, 나도 이런 곳이면 앞으로도 여기에 뼈를 묻고 싶다고 결정해야 한다. 둘째가 자연환경의 문제이다. 공기 좋고, 물 좋고, 산이 좋은 곳을 찾는 것이다. 셋째쯤에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교통이 얼마나 편리하게 연결되는지 정도가 될 것이다. 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물가가 싸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직장과 이웃 간의 믿음, 신뢰관계(信賴關係)의 지속(持續)이다. 이 믿음이 깨어질 때가 바로 배신(背信)이다. 가족 사이의 인간관계는 믿음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사고양식으로는 의무이고, 강요이어서 더 따지지 않는다. 부부가 되기 전의 연인(戀人)관계에서는 믿음, 특히 어느 한 쪽이라도 미래(未來)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이것을 상대방이 지워버렸을 때, 앞으로 살아갈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절망감과 배신감이 눈앞을 가려버린다. 직장의 동료, 어렸을 때부터의 친구, 그리고 이웃 간의 믿음이 오늘 이야기하려는 사람 사는 곳의 초점이다. 오랜만에 돋보기가 아름다운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울산대학교 수학과에서는 3년 전부터 지금까지 교수들이 장학금을 마련하여 매년 학생 3명에게 지급하고 있다. 장학생 선발의 기준도 단순히 우수한 학업성적이 아니라 장학금을 받으면 학과공부를 더 잘 할 수 있게 될, 가난하지만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 모든 교수가 심사하여 결정한다. 교수들이 장학금을 마련하는 방법에서 수학과 교수다운 인간미가 있어서 알리고 싶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수는 최고 20만원(아마 그 이상?), 정년이 많이 남은 교수는 최저 5만원을 매월 기부하고, 시간 강사도 참여하는데 적은 강사료에서 1만원을 자진하여 장학금에 보탠다. 직장의 교수들 사이의 인간관계가 이런 믿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살만한 곳이다.

물론 사람 사는 곳, 민주주의 국가 사회에서는 다원주의(多元主義)에 따른 다양성과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어서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딱 한 교수만 이런 장학금 모금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 사람은 과거 학과 교수들이 공동집필한 책의 인세(印稅)를 혼자서 처리(처분?)해버린 일이 있어 모 전 총장까지 징계하려고까지 했으며, 철저하게 자신의 이해관계 계산에는 아주 밝은 사람이다.

특히, 몇 년 전에 사학연금(私學年金) 지급에 조금도 위법을 저지르지 않으면서 절묘하게 교수 충원에 여유를 줄 수 있는, 결과적으로 병폐가 심한 어떤 제도(모 전임 총장의 아이디어?)에 관해 지독하리만치 미분·적분하여 그는 정년을 신청하고 있다. 이런 제도에 악착같이 편승하며 철면피로 행세하는 다른 교수들도 몇 명 더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자신의 박사학위논문의 일부를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 학생의 석사 논문에 표절하게 하여 수 년 동안 석사논문지도를 하지 못하는 징계를 받은 사람이 이런 제도에 용케 편승하고 점잖게 강의실에서 손자 자랑이나 하고 있다.

사람 사는 곳에 이런 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믿음을 갖고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이런 사람을 신(神)이 있어 어떻게 해주기를 꿈꾸어 본다. ‘반값 등록금’ 시위가 아직도 꿈틀대고 있는데, 젊은 교수 협객(俠客)이 나와서 어설픈 민주사회를 위한다고 설치지 말고, 이런 제도를 철저하고, 처참하리만치 악용하는 거머리(leech)들의 버릇을 고쳐주기를 꿈꾼다.

즉, 그들을 설득하여 장학금을 뭉텅 내놓게 하면 살 맛 나는 곳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성경 말씀까지 인용하며 거짓말하지 말고, 당연히 위선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고 큰소리치던 사람이 자신은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이런 제도를 악용하며 ‘배 째라. 어쩔 테냐?’하고 학생이 알아듣건 말건 혼자서 시간만 채운다. 어떻게 이 사람을 회개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꿈꾼다. 사실, 국회의 정치꾼들과 언론기관의 사이비 기자들도 대학과 비슷할 것이어서 꿈을 꾸는 것만으로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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