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約束)과 약(藥)쑥
약속(約束)과 약(藥)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6.21 2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설화(說話) 중의 하나에 쑥과 관련된 것이 저 유명한 단군설화, 단군신화(神話)이다. 이 신화에 곰은 쑥 한 다발과 마늘 수 십 개를 동굴 속에서 백일동안 먹고서 사람(여자)이 되었다. 곰이 암컷이었나 보다. 하늘의 환웅(桓雄)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여 이 여자와 결혼하고 단군을 낳았으며, 단군이 세운 나라가 고조선이다.

마늘도 약효가 있지만 쑥도 신비한 약효를 지니는 식물로서 예로부터 귀중히 여겨왔다. 호랑이도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곰과 같이 동굴에 같이 들어갔는데 곰은 곧이 곧 대로, 미련 곰탱이의 버릇으로 백일을 배겨내어 사람이 되었다는 암시가 깔려있는 신화이다.

이른 봄에 나오는 쑥의 어린순은 국을 끓여 먹는다. 또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요즈음에야 이 떡을 별미로 먹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여러 가지 떡 중에서 가장 낮은 대접을 받았던 떡이었다. 그러나 쑥 자체는 약으로 쓰여 약쑥이라고도 불린다. 줄기와 잎을 단오 전후에 캐서 그늘에 말린 것을 약애(藥艾)라고 해 복통, 구토, 지혈에 쓰기도 하며, 잎의 흰 털을 모아 뜸을 뜨는 데 쓰기도 한다.

6.25 전쟁 때 피난 가서 농촌의 멍석에서 잠을 잘 때면 말린 쑥을 화롯불에 태워 모기가 달라붙지 못하게 하였다. 지금도 가족 전체를 마당에 두 줄로 세워놓고 찍은 빛바랜 가족사진의 귀퉁이에는 집에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처마 밑 구석에 매달아놓았던 말린 쑥을 볼 수 있다.

쑥과 비슷하게 생긴 것에 익모초(육모초)가 있다. 익모초(益母草)는 한자 풀이로 어머니에게 약이 되는 풀이다. 한의원에서 환약(丸藥)으로 만들어 처방하기도 한다. 돋보기의 모친이 익모초 환약을 한 참 복용하시고 눈 밑의 기미를 없앤 일이 있다.

약쑥과 비슷한 발음의 낱말에 약속(約束)이 있다. 최근의 나라 살림에서 약속을 제대로 해야 약쑥과 같은 효험을 볼 것 같아서 약속을 풀어본다.

현대에는 말의 권위를 살릴 때, 공자 보다는 서양 특히 미국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관련되는 사례를 찾는다. 약속도 이런 경향을 따라 영어의 ‘promise’를 검토해본다.

첫째가 ‘약속은 약속이다’의 엄격함이다. 둘째는 ‘약속의 땅’이라는 말에서 장래가 있어 보이는, 희망적인 나라라는 뜻이다. 셋째는 최근의 오바마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지장을 받을지언정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에 선거에 임했을 때 내놓은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범법자 아버지가 자식에게 ‘I promise’하고 그 약속을 지키려다 경찰에게 붙잡히고 마는 영화가 있다. ‘약속문화’ 풍토가 그렇다.

우리는 백범 김구 선생의 작은 약속도 약속이라고 지키는 모습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에 망명 중일 때, 같은 독립운동 동지의 어린 딸과 약속을 하였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위해 위험을 무릎 쓰고, 그 소녀와 만날 장소에 갔던 일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면 처음부터 약속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리는 동료들에게 강조했었다. ‘반값 등록금’정책을 지킬 수 있나 검토도 해보지 않고 약속했으면 한자 풀이대로 다음 선거에 묶어 버리는 것이다(맺을 約, 묶을 束). 이런 일을 조금 멀리 폭 넓게 살펴보면, 언론에서 모든 선거에 당선한 사람들의 약속 일람표를 작성하여 독자들에 알리는 것이다. 이를 알고 교묘하게 얼버무리는 정치인들에게는 그가 천명한 애매하고 두루뭉수리한 표현과 내용들을 정기적으로 공표하는 것이다. 선거로 뽑힌 사람들의 특성의 하나는 당선 된 뒤에는 지금의 모지역의 교육감과 같이 대단한 특권을 임기동안 부여 받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착각에서 깨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자신의 약속을 약쑥으로 먹게 하기 위해서는 약속 일람표 처방으로 다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울산부터 시작하기를 간청한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