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와 낙선자, 투표결과 겸허히 받아들여야
당선자와 낙선자, 투표결과 겸허히 받아들여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0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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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은 커다란 벌이 될 수 있다. 당선자이건 낙선자이건 이번의 낮은 투표율을 국민이 벌을 주려는 것으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어려서 분단장 선거나, 반장 선거나, 또는 전교 어린이회 선거에 입후보하였다가 떨어져본 일이 있는 사람은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말이 얼마나 약을 올리는 말인지 느껴서 알 것이다.

입후보했을 때는, 모든 일들, 악수하는 유권자(모두 학급 동무) 손의 힘, 인사할 때 웃어주는 친구들의 다정한 모습, 교단, 단상에 있을 때 박수치는 친구들의 박수 소리, 우리 반 학급 선거운동원들의 비공식 여론조사, 밤마다 꿈에서 정리하는 당선 소감 줄거리 등등이 좋게만 돌아갔다.

낙선한 다음 날 아침, 학교 가기가 망설여진다. 동네 골목길에서 친구들을 어떻게 볼까, 경쟁자이었던 그 친구의 운동원들을 어떤 얼굴로 마주칠까, 수업시간에 담임선생님의 낯을 어떻게 쳐다볼까? 모두 학교 가기가 싫은 것들뿐이다.

분단장, 반장, 전교회장등을 지방자치단체의회 의원, 자치단체장, 국회의원쯤으로 대응(對應)시켜도 될 것 같다. 수학의 집합이론으로는 이런 대응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4월 9일의 국회의원 선거를 놓고 이렇게 단순하게 대응시키는 데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겸허(謙虛)의 겸(謙)은 말로써 자기 자신이 부족함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내가 얼마나 부족한, 모자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허(虛)는 텅비어있다는 것이니까 ‘마음을 비웠다’는 것으로 ‘내가 이렇게 모자란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비웠다’가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낙선한 사람들은 오늘 저녁쯤에는 어디 먼 곳에서 가족, 특히 부인과 함께 ‘잊자 잊어’를 천천히, 한 숨까지 섞어가며 이야기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빚 갚을 궁리를 하며 재도전을 하겠다고 여러 사람에게 약속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칠전팔기(七顚八起)도 있는데 재수쯤이야 아무 것도 아닌 거처럼 받아넘길 수도 있다. 허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전오기(四顚五起)했으니까 더 할 말이 없다.

오늘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하나의 근거는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의 유권자 투표율에 있다. 50%도 안 되는 투표율 속에서 당선이 되고 낙선이 되고는 진정으로 겸허한 태도를 갖고서 되새김질을 해야 하는 것이다. 10명 중, 다섯 명만 의사결정 한 결과이다. 이것을 놓고 당선되었다고 자긍심을 가질 일이 아니다. 국민들로부터 국회의원의 정치 행동에 대한 무관심이 이렇게 무관심으로 나타난 것이다. 당선된 사람이건 낙선한 사람이건 유권자(국민)로부터 나온 이런 반응을 ‘내가 이렇게 부족하구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마음을 비워야겠다’의 반성재료로 삼아야 한다.

행여 우리 국민들 모두가 외국의 낮은 투표율을 보고 ‘우리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은 대개가 이렇다’고 자위해서는 안 된다. 나라 살림에 관심을 보여야 당선된 사람이건 낙선한 사람이건 나라 살림에 국민들과 함께 관심을 쏟는다.

일상생활에서 부모 자식은 어쩔 수 없는 관계라서 무관심할 수 없지만, 부부간에는 서로가 무관심하여 상대방에게 벌을 줄 수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은 커다란 벌이 될 수 있다.

당선자이건 낙선자이건 이번의 낮은 투표율을 국민이 벌을 주려는 것으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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