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罰)
벌(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6.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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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화형성, 문화발달 과정에서 상(賞)과 벌(罰)의 관계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졌던 것으로 판단된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이를 증명해준다. 공을 세우면 상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세우고,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게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어야 문화가 성립하는 것이다. 즉, ‘문화’라는 것을 두 사람 이상의 집단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공유하는 어떤 대상을 말하는 것이라면 문화의 핵심은 법에 있고, 법은 상을 주고 벌을 받게 하는 기준이 된다. 법이 어떤 연유로 만들어졌는가는 문화형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분석하는 것과 같을 정도로 같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유(思惟)는 사람이 어떻게 수(數)의 개념을 갖게 되었는가를 분석하는, 숫자의 발생학적 연구와 비슷하다.

죄(罪), 벌(罰), 상(賞)은 우리의 생활(문화)에 떼를 지어 다닌다. 지금도 석기시대의 삶을 살고 있는 아마존 강 유역의 소수민족들에게도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문화라는 큰 틀 안에서 그들만의 사회규범으로 비록 성문화(成文化)되어있지 않았더라도 법이 있다. 문자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여간 사냥을 나가 짐승을 잡아 오면 같이 나누어 먹어야 하는 사회규범이 있다. 아주 어려서부터 지켜온 규범이라서 모든 구성원에게 내면화되어있다. 부인이 있으면서 다른 여자와 풀숲에서 사랑을 나누었으면 부인이 남편을 자기 무릎에 뉘여 놓고 볼기짝을 반나절 동안 때린다. 부족들 모두가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용감하게 사냥을 하였으면 촌장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불륜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는 것이다. 강 건너에 신(神)이 있다고 주장하는 추장의 말을 믿지 않으면 죄(罪)를 지은 사람으로 여겨 왕따를 당한다.

교육에서 벌은 비슷한 행동을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시행되는 것이다. 이 교육을 학교교육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교육’으로 보면, 같은 죄를 짓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된다.

지금 저축은행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아니어도 국민의 대다수가 분하다 못해 허탈감에 빠져있다. 허탈감의 바닥에는 사기 친 방법과 그런 사기를 알면서 눈감아 준 사람들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의 또 다른 법을 악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법으로 몇 년 감옥에서 독방 쓰며 규칙생활로 건강을 잘 챙겼다가 사회로 나와서 다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면 벌의 의의(意義)가 희미해져버린다. 즉, 벌을 주면 죄를 지은 사람은 물론 이를 옆에서 본 사람들도 죄를 짓지 않으려고 더 조심할 것이라는 것, 당연히 인과응보의 규칙을 따라 고통을 주어야 할 것이라는 것, 벌을 받으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여 새 사람이 되어 나올 것이라는 것 등이 가정되어있다. 그러나 저축은행 사건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화풀이 할 대상도 없다. 지금 사기 친 사람들은 법의 보호 아래 구치소에 구속되어있다. 여기에 변호사들이 열심히(?) 방호벽을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현재 법이 있어 어쩔 수 없으니, 넋두리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한 가지를 제안한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노비로 삼고, 자속(自贖, 스스로 죄를 면하려는 행위)하려는 자는 1인당 50만 전을 내야 한다’ ‘한서(漢書)’ 지리지에 나오는 고조선의 팔조법금 가운데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노비는 노예제도의 기원이다. 고조선은 우리 조상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이다. 옛날 중국에서도 동방의 고조선을 가장 정직하고 평화로웠던 백성의 나라로 이 한서에 기록하고 있다. 이런 우리가 어찌하여 저런 더러운 로비를 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이에 넘어가 돈 몇 푼을 받고 눈감아 준 벼슬아치들과 같이 살게 되었는지 분하기 이를 데 없다.

저들을 노비로 삼아 망신시키고, 재산을 몰수하여 일부나마 피해자들에게 변상하게 할 수 없을지 공상에 빠진다. 이런 사람들에게 웬만한 벌은 효과가 없다. 현실에 악랄할 정도로 머리가 영리하여 개과천선하지 않는다. 평생을 사회와 격리시켜 방조제 쌓기, 고속도로 청소하기, 버스 터미널 청소하기,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시키는 모습을 공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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