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민주당의 고뇌
울산 민주당의 고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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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주당 울산시당 당직자들의 심기가 편치 않아 보인다. 작년 6·2 지방선거에 이어 금년 4·27 재선거에서도 당선자를 한 명도 못 내서가 아니다. 올해 중구청장 재선거에서는 임동호 위원장이 후보로 나선 끝에 초반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고 가공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냈던 만큼 선거 결과가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사실이 그러했다. 2만9천60표(51.19%)를 얻은 집권여당 후보에게 표수로는 불과 1천355표, 득표율로는 불과 2.39%포인트 뒤진 2만7천705표(48.80%)를 기록해 상대후보의 간담을 서늘케 하지 않았던가. ‘2프로 부족’은 도리어 다음 선거를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도 남는다.

‘희망대장정’의 기치를 앞세운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7일 울산을 방문하는 이유 가운데는 4·27 재선거 결과에 대한 답례도 분명히 들어있다. 울산시당은 “이번 방문에서 손학규 대표와 지도부는 지난 4·27 재선거에서 희망을 보여준 울산지역 유권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릴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사실은 민주당 울산시당의 19일자 논평에 잘 나타나 있다. ‘공동지방정부에 대한 민주당 울산시당의 입장’이란 논평을 익살스럽게 에둘러 풀이하자면 “화장실 갈 때와 갔다 온 뒤가 어찌 그리도 다를 수 있느냐”다. 볼멘소리의 대상은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었다.

다음날 한 지역신문은 정치면 기사에서 시커멓게 제목을 뽑았다. <민주당, 소극적인 태도에 쓴소리>라고, 작은 제목은 <야권연대 동·북구 공동지방정부 구성 삐걱… 민노, 당선자 배출 후 묵묵부답>이었다. 민주당 논평의 첫머리는 이랬다.

“작년 6·2 지방선거와 지난 4·27 재보선에서 야권은 선거과정에서 결과에 이르기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리고 그 성과는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미 야4당이 약속한대로, 동구와 북구의 공동지방정부라는 더 큰 목표를 통해 구체화시켜야 한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섭섭한 감정을 애써 감추려는 듯 절제되고 예의 바른 표현을 구사하려는 흔적이 뚜렷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지난 선거에서 울산의 유권자들이 보여준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의지와 서민들을 위한 실질적이고 다양한 정책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구체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지방정부 구성을 통해 민생과 관련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이후 주민들의 믿음 또한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따라서 선거 전, 야4당이 합의했던 공동지방정부 구성은 야당 간의 약속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유권자들과의 약속에 대한 실천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후 공동지방정부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이러다 기초자치단체에서의 공동지방정부를 이상(理想)으로만 치부되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할 수밖에 없다. 공동지방정부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더욱 치열해져야 한다.”

그러면서 이런 결귀를 이어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논리로 공동지방정부의 의미와 가치를 폄하하려는 세력이 있을지 모른다. 이는 새로운 지방자치 모델의 구현이라는 대의를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일 뿐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지난 선거를 통해 우리가 얻었던 수많은 성과들을 이제 하나씩 하나씩 구체화시켜 나갈 때 더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야권 후보단일화’와 맞물려 돌아간 ‘야권 연대’는 실제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그랬고 금년 재선거에서도 그랬다. 민주노동당은 당선자 배출이라는 실익을 챙겼지만 민주당 역시 당의 브랜드가치 상승이란 짭짤한 재미도 보았다. 브랜드가치 상승이란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입시켰을 때 중앙당으로서는 그보다 좋은 성과가 더 어디 있을까 하고 매우 흡족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만큼 소중한 것도 드물다. 특히 정치판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신뢰가 정치를 먹여 살리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관점에서 지켜보자면 민주당 울산시당은 어쩌면 정치 철부지요 ‘순진해 빠졌는지도’ 모른다. 이젠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 답할 차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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