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氣質)
기질(氣質)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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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좁은 땅에 경상도 기질, 전라도 기질, 충청도 기질, 그리고 함경도 기질이라는 것이 있다(가나다 순). 미국에도 대표적으로 남부 기질, 특히 텍사스 기질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의 텍사스 기질은 ‘붉은 목덜미(red neck)’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땡볕에서 목축과 농사를 지으며 우락부락하고 힘만 센 사람의 성질을 말한다. 목덜미가 빨갛게 될 정도로 밖에서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사람이다. 심리학적 용어로 기질(temperament)은, 한 사람의 행동을 설명(說明; ‘왜’라는 질문에 이론을 들이대며 대답하는 것)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어른도 몰라보고, 아무한테나 마구 덤벼들고, 위·아래 없이 버릇없는 행동을 제 성질대로 해버릴 때, ‘저 사람, 왜 저래?’라고 질문하면, ‘응. 그 사람, 기질이 본래 그래.’하는 대답이다.

기질과 비슷하게 성격(性格, personality)이라는 용어도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느냐에 대한 대답으로 쓰이는 말이다. 기질과 성격, 둘 사이에는 뜻하는 바에 조금 차이가 있다. 기질은 유전적이고 생물학적인 속성이 많은 편이고, 성격은 오랜 시간 사회(환경)와 상호작용하며 학습되어진 행동이라는 것이 많이 들어있는 개념이다. 그래서 경상도 기질이라고 하지 경상도 성격이라고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즉, 부모가 모두 경상도 사람이라는 뜻이 함축되어있다. 간혹 아버지가 경상도 이고 어머니가 전라도 인 경우에는 경상도 기질로 쳐준다. 아버지가 전라도 이고 어머니가 경상도인 경우에도 전라도 기질로 쳐준다.

다음 이야기는 경상도 기질보다는 부산 기질이 알맞을 것 같다.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는 영화 ‘친구’에 잘 나타나 있다. ‘쪽 팔리면 못 참는 기질’이다. 그리고 칼에 찔려 죽어가면서도 ‘마이 무우따. 고마해라.’, 칼로 고만 찔러라 하는 기질이다.

전라도 기질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서 잘 나타난다. 그렇게 떨어져도 기어코 대통령을 한 번 하고야 마는 기질이다. 충청도 기질은 전 서울대 김태길(철학·윤리학)교수에게서 잘 나타난다. 한국정신문화원 설립과정에 청와대의 수석비서관(서슬이 퍼렇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으로부터 가장 무서운 사람이 충청도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옳은 일에 끈질김을 지키는 모습이다. 소설가 고 이문구씨도 충청도 기질을 여러 곳에서 과시했었다. 위암으로 죽게 되었을 때, 시인 신경림씨에게 값싼 술 먹지 말고 비싼 양주나 마시라고 충고했다. 그래야 위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진담으로 말했다.

충청도 기질에서 아쉬운 사건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행동거지이다.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다.’고 했지만 신정아는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운찬 총장으로부터 100회 정도 전화가 걸려왔었다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한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돋보기가 서울 일간지의 기자라면, 정운찬 교수가 서울대학 총장 시절에 미술관장 선발과 관련해서 어떤 숨은 일이 있었는지 파 헤치고 싶다. 그가 충청도 기질을 갖고 있다면 끈적끈적한 일이 있을 법하다. 함경도 기질이야 이성계가 차별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일성이 차별했을 만큼 생활력에서 지독한 사람들을 말한다.

돋보기는 울산 사람이 되었으니 출생보다는 삶의 터전으로 보아 견강부회(牽强附會), 아전인수(我田引水)라도 해야 하겠다.

인촌 김성수 선생은 울산이 본관이다. 인촌 선생의 할아버지께서 울산 앞 바다로 나가 남해를 돌아 군산으로 가서 소금 장사를 하다가 크게 손해를 보았는데, 이 손해를 만회할 기회를 전라도(여기서는 전라북도) 인심으로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인심에 탄복하여 아예 전라북도 고창, 부안, 정읍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부(富)를 쌓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 할아버지께서 전라도 사람으로부터 어떤 은혜를 입었고, 이 은혜를 신용으로 갚아서 그렇게 큰 부자가 되고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웠다고 한다. 김성수 선생은 동아일보를 만들었고, 경성방직 회사를 설립하였고, 민족지도자를 양성하는 고려대학교를 개교하였다. 이런 기질, 피는 못 속인다는 기질의 개념으로 보아 이런 고집을 울산기질로 여기고 싶다.

장관이 용의자를 잡겠다고 직접 담을 넘어가는 것이 울산기질이어서는 안 된다. 장관 할 일이 따로 있고, 순경 할 일이 따로 있는 법이다. 참고로 돋보기는 전주 출신이고, 사위는 대구 사나이며, 며느리는 충청도 색시이다. 집사람은 서울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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