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화》 최연소 총장이 되어(5)
《제105화》 최연소 총장이 되어(5)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1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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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중반 부산사범학교에 다닐 때, 주위의 여러 어른과 선생님들로부터 학교교육의 꽃은 교장선생님이 되는 것이라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장차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는 사범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졸업하고 교사가 되어서 열심히 일하면 교장선생님이 될 것이라는 꿈을 갖도록 하였었던 것 같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행정학을 공부하며 자신의 교육철학을 실현하는 직책의 하나가 각 급 학교의 교장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교육일선으로 나가는 인연이 없어서 학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었다. 그러다가 청와대에서 강원대학교 총장의 내정을 거치면서 한편으로는 긴장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교육철학을 펼쳐 보일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어떻게 대학을 운영할 것인가를 조용히 정리하였다. 이의 배경에는 서울대학교 교수 시절의 개혁에 관한 강의와 피츠버그 대학 유학시절의 미국 대학 연구, 정신문화연구원 설립과정, 한국교육개발원 설립과정 등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거기에 평소에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가의 일종의 생활철학이 스며들었다.

강원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하는 날 아침, 처음으로 대학에 도착했을 때, 내 눈에 들어오는 강원대학교 캠퍼스는 시골의 농업고등학교 교정 같았다. 도저히 국립종합대학교의 인상이 아니었다. 이 인상이 상아탑의 교육과 연구 분위기에 관한 나의 생각을 바로 바꾸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캠퍼스를 대학답게 조성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시설 확충에는 많은 예산의 확보가 우선이다. 마침 나의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경력과 유능한 사무처장과 과장들이 서울에서 강원대학교로 오기 때문에 예산확보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적어도 1년에 2∼3개의 건물을 신축해나간다면 캠퍼스의 모습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청사진이 그려졌다.

대학의 핵심인 도서관과 학생들을 위한 수련원, 기숙사를 먼저 구상하였다. 다음으로 예술관, 교사교육센터, 학생회관, 교수 사택, 정문, 실습농목장, 총장공관, 광장 조성과 강원대학교 상징탑, 임업과학대, 자연과학관, 공학관 등 새로 신축해야 할 건물이 너무 많았다. 한 걸음씩 차근차근 나아가기로 했다.

내가 강원대학교에 6년간 재직했는데 총 20개의 건물을 신축했다. 매년 3개 정도의 건물을 신축한 셈이다. 새로 신축한 건물 중에는 중앙도서관과 예술공연장(백령회관) 같은 대형 건물도 있고, 정문이나 상징탑 같은 소형 건축물도 있었다. 당시 대학 시설과의 우종관 과장을 비롯한 과 직원 여러분을 6년 동안 달달 볶아 고생시킨 것에 대해 지금도 미안한 마음 가득하다.

동해 수련원의 양양해변의 부지 1만평은 김형배 강원도 지사의 도움으로 확보했으며, 명덕 수련원은 인근 산속의 폐교하는 분교를 김상준 교육감으로부터 분양 받아 마련했다. 강원대학교의 정문(진리의 문)은 학교시설공사를 맡은 건설회사의 사장이 신년 인사차 가지고 온 금일봉의 봉투를 받지 않고 그 돈으로 정문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달라고 해서 지어놓은 것이다. 짐작컨대 금일봉의 몇 배가 들어갔을 것이다.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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