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校訓),교가(校歌),학훈(學訓)
교훈(校訓),교가(校歌),학훈(學訓)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1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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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연이 있지 않고는 초·중·고등학교 때의 교훈을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어렵다. 어쩌다 빛바랜 앨범을 들추고 그때의 수업장면이나 교실 분위기 또는 교정에서 바라 본 본관 건물의 정면 부분이 나타나 있으면 희미하게 초점을 잃은 교훈이 보일뿐이다. 이런 교훈은 한 번 정해지면 아마도 폐교할 때까지 갈 것이다.

30여 년 전까지의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훈을 모아서 분류해보면 크게 세 가지 쯤으로 나뉠 것이다. 첫째는 애국심을 강조한 것이고, 둘째는 꿈을 갖는 것이고, 셋째는 정직하게 살아가라는 것들이다.

교육의 목표가 국가·사회의 발전과 자아실현(自我實現)에 있으니 애국심과 꿈은 여기에 대응된다. 셋째의 정직하게 살아가라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방법에 관한 것이다. 성현들의 말씀이다. 교가도 한 번 정해지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대개 유명한 작곡가, 작사자의 이름값이 따라오는 것이어서 여기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오늘 뜬금 없이 교훈부터 학훈까지 들먹이는 것은, 성장과정에서부터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의 배고픈 고통을 모른 체하고 도둑질을 저지르고서도 뻔뻔스럽게 제 살 궁리만 하고 있을 것 같아서 교육의 잘 못을 들추다 보니 나오게 된 말이다. 교과서만 갖고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다른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그토록 근사했던 교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분통이 터져서 나오는 말이다. 학생들이 일정 기간 동안 익혔던 교훈을 사회에 나와서도 연장하도록 할 방법이 없을지 반성하게 된다. 이것이 그저 교복과 같은 형식에만 그치는 것이라면 교실과 교무실에 교훈을 걸어놓을 필요가 없다.

제1금융권의 예금이자보다 조금 더 준다고 해서 서민들이 애써 모아놓은 쥐꼬리만큼의 돈을 맡겨놓았더니 온통 다른 짓에 쓰고, 배 째라는 행동을 보이는, 함부로 신문에 욕설을 쓸 수 없어 목구멍으로만 중얼거릴 수밖에 없는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과 그 임직원들도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교훈들을 보았을 것이다. 교훈의 만 분의 일이라도 생각했으면 이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도둑질을 하면서 발이 저리지도 않았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다. 전문적 소견으로, 대개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병, 당뇨, 위·십이지장궤양, 우울증, 암 등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하늘도 무심하지 이태석 신부(神父)는 암에 걸려 젊은 나이에 죽고,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성격장애자들이어서 건강하게 살아있다.

이럴 때 하기 좋은 말로 그들의 가치관 문제라고 하는데, 당장 피해 본 사람들은 추상적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현찰의 문제이다. 이들에 대한 형벌과 배상에 관한 법철학적(法哲學的)인 분석은 할 일없는 학자들의 몫으로 놓아두고, 이런 짓을 저질러버린 후안무치(厚顔無恥)의 행동에는 연대의식으로 망신을 주어 집단응징(group sanction)을 해야 한다. 여기에 인권을 떠들어대는 거룩한 사람들은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당장 차용증을 받고 저들 저축은행을 대신하여 돈을 지불해주라고 요구해야 한다.

박연호 일당들에 대한 집단응징의 하나이다. 사실, 50여 년 전까지만 하여도 봉건시대의 연좌제가 있어서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사관학교에 가지 못한 일이 있었지만, 교훈을 새겨듣고, 그것을 따르려는 행동도 기능적으로는 연대의식을 갖는 행동 패턴이다. 박연호 일당들이 졸업한 학교의 교훈들을 열거해주어야 한다.

연대의식의 또 다른 하나는 박연호 회장의 고향 사람들한테서 나타나야 한다. 박연호 회장은 부산에서 사업을 하면서 지역감정을 유발할 수도 있어서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박연호의 고향 사람들이 연대의식으로 피해보상에 참여해야 한다. 이것 역시 연대의식의 발로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에 대한 집단응징이 된다.

서울의 모 사립학교에는 학훈으로 ‘거짓 없는 밝은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하면서 협동정신을 드높여라’는 말이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져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거짓이 있었지만 협동정신은 아직 남아있다.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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