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각 보 설치뒤 흐트러진 하천생태 씁쓸
회야강~온양읍 발리 안선양곡 도랑 <1>
조각가 이채국(55)씨의 ‘안선양곡 도랑’에 대한 기억이다. 이씨는 이 곳 울주군 온양읍 발리 안선양곡에서 나서 자랐다.
“객지 생활을 하던 삼촌이 가끔씩 집에 돌아오면 제게 물동이를 들게 하고 도랑에 갔습니다. 힘에 센 삼촌이 도랑의 큰 돌을 들추면 그 안에 제 팔뚝만한 뱀장어들이 득시글거렸습니다. 그렇게 윗선양곡까지 1km를 가다보면 한 양동이 가득 뱀장어가 담겼습니다.”
이씨가 기억하는 40~50년 전의 선양곡 도랑은 붕어, 은어, 참게, 뱀장어가 지천이었다. 회야강 하류로 흘러들어가는 이 도랑의 생태계는 곧 회야강의 생태계였다.
시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났고 1997년 고향집에 작업실을 만들면서 귀향해 보니 도랑이 죽어 있었다. 붕어, 은어는 사라지고 피라미들만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인가 도랑을 따라 회야강쪽으로 걸어보니 선양곡 도랑보다 1km 위에 있는 술마마을에 높이 2m 가량의 보가 설치돼 있었다. 직각으로 설치된 이 보는 그 마을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한 것이었다.
“보를 설치하면서 회야강의 물고기들이 도랑으로 거슬러 오르는 길목을 막아버린 겁니다. 그 후 수량도 크게 줄어들고 중간중간 적은 양의 물이 복류해 건천이 된 곳도 있습니다.”
이씨는 급한대로 자신의 작업실 주위 도랑의 무너진 둑을 보수했다. 준설도 하고 돌다리도 놓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살려 가능하면 자연친화적으로 고쳐나가고 있다.
이씨는 “술마마을의 보를 새로 보수해서 물고기가 건너다니는 길을 터줘야 안골의 수생태계가 복원될 것”이라며 “회야강의 풍부한 수자원이 살아 꿈틀거릴 때 비로소 아이들이 물장구도 치고 다슬기도 잡으며 생명의 존귀함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