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4) - 한국프로야구의 탄생
《제89화》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4) - 한국프로야구의 탄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4.0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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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야구 시즌이 시작되었다. 금년의 시즌 시작은 다른 의미도 들어있다. 즉, 한국 프로야구가 30주년을 맞았다는 의미이다. 조촐하게 다채로운 행사를 치렀다. 나도 초청을 받았던 한국 프로야구 30주년 기념 리셉션(2011.3.28)이 신라호텔에서 있었고, 기록사진전이 있었다. 아울러 관중 600만 돌파를 목표로 한 프로야구 2011 시즌 개막전(4월 2일)이 있었다. 30년 전 내가 대통령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으로서 한국프로야구 창설을 직접 기획하여 대통령에게 건의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흘러다니 그 감회가 남다르다. 이런 감회로 나의 지난 이야기도 약간 순서를 바꾸어 진행하려고 한다.

나도 야구시즌이 시작되면 다른 야구팬들처럼 야구중계를 즐겨 시청한다. 특히 지난 번 북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나만의 감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프로야구의 창설로 그만큼 우리나라 야구발전에 동력을 불어넣었고, 나도 일익을 담당했었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뒤의 숨겨져 있던 일화들을 들려주려고 한다.

모르 긴 해도 사람 사는 곳에서는 서로 비슷비슷하게 비유하는 태몽(胎夢)들이 있는 것 같다. 서양에서는 이것이 신화(神話)에 등장하고, 원시부족들에게는 구전설화로 남아있기도 하다. 우리의 유명한 태몽은 김유신 장군을 갖게 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꿈이다. 이와 비슷하게 장차 강감찬 장군으로 비범한 인물의 출생을 예고한 태몽도 있다. 아이를 갖는 것과 낳는 것은 개념상 다를지라도 태몽에서는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김유신 장군의 태몽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영향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베트남 등까지 극동지역 여러 나라에 이른다. 대개가 역사에 남을만한 일을 한 인물에 관해서 전설로 내려오는 설화에 근거한 것들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프로야구가 잉태되는 꿈을 꾸었다. 조는 듯 마는 듯 한 상태에서 프로야구의 태몽을 꾼 것이다. 화학계의 유명한 독일의 화학자 케큘레가 1865년에 제안한 벤젠의 구조식은 그가 비몽사몽간에 꿈을 꾼 것을 정리한 것이다. 거북이등모양의 표기로 알려진 이 아이디어는 창의성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이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던 순간을 여러 종류로 분류해보면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나도 청와대 비서관실 사무실에서 비몽사몽으로 잠시 쉬고 있을 때, 미국 유학 시절 뉴욕 주로 실습을 나갔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가며 그 때 뉴욕 주정부 사무실에서 아침에 커피브레이크를 갖던 그림이 그려졌다. 여기저기에 직원들이 모여 지난 주말에 있었던 야구시합을 이야기하는 것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때 황금 공, 태양이라고 보아도 될 덩어리가 눈앞으로 크게 다가왔다. 이런 환영(幻影)을 다르게 보면 태몽이라고 할 것이다. 그때 번쩍, ‘우리도 저들처럼 아침에 출근하여 행복해 보이는 저런 대화의 모임거리를 만들어줄 수 없을까?’의 생각이 떠올랐다. 미국 야구에서는 스타가 있고, 팬이 있고, 사무실마다 매 경기에 대한 해설자가 있고, 이를 비판하는 반대편이 있고, 커피 맛을 돋우는 담소(談笑)진행자가 있다. 꼭 야구가 아니어도 평화스럽게 환담할 수 있는 소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이었다. 바로 기획으로 들어가 메모를 하면서 축구협회 최순영회장과 실업야구의 박영길 감독을 찾았다.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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