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아들이 울산상의 회장과 국립대학 법인 울산과학기술 대학교 이사장인 자신의 ‘후광을 업고 출마했다’는 얘기를 들어선 안 된다.”는 소신에 따라 내린 결정임도 밝혔다. 또 “아들에게 총선출마를 간곡히 말렸으나 본인의 의사에 따라 출마를 결정했다”고 말해 그간의 속사정도 털어 놨던 모양이다.
이 회장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거취를 밝히고 출국한 것은 일견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치열해지는 연, 맥, 파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 선거가 끝난 뒤 생길 수 있는 잡음에 대비해 미리 처신을 가지런히 한 모습은 인상적이다.
특히 울주군과 같이 상공인들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지역에 아들이 국회의원에 입후보 한 것은 유권자들이 이 회장에 대해 사시적 시각을 갖기에 충분한 요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관점을 사전에 불식시키기 위해 운신의 폭을 스스로 조절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이 회장의 기자회견과 엄정중립 표명시기가 지금보다 더 빨랐으면 좋았을 것이다.
4·9 총선거전이 중반에 이른 지금 시점에 와서 울산 상의회장이 취한 행동은 선거구민에게 ‘제스처’로 비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지역 언론을 통해 울산 상의 회장 아들이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설(說)이 분분했었고 이런 추측을 기정사실화 하는데 이 회장이 일부 기여했음도 부인키 어렵다. 자·타의에 상관없이 아들 손을 맞잡은 채 대중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듯 한 모습을 지역 언론에 보인 것도 사실이고 각종 의문에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긍정으로 이끌어 간 것도 바로 이 회장이었다.
작금의 입장표면이 선거 시작 전에 있었으면 금상첨화였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울산 상의 회장이 지역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 한 위치에 있지 않음은 명백하다. 지역 상공인들의 이익과 단합을 목표로 하는 단체의 상징적 직함일 뿐이지 지역민이 직·간선제에 의해 뽑은 선출직도 아니고 행정 관료도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공인의 후광’을 염려한 이 회장의 발언은 상당수 지역민들을 의아스럽게 만든다. 일부 공직자, 기업인, 지역 언론인 및 정치가를 제외한 다수의 서민, 근로자, 주부들은 울산상의 회장의 존재나 신분을 의식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이든, 자청이든 간에 이번 사안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기자 간담회에서 ‘중림의지 표명 및 출국’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간접적 홍보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추측만 낳게 한다.
입국 날짜도 잘못 잡았다. 지금까지 밝힌 이 회장의 진의를 확신시키기 위해서라도 선거가 끝난 뒤 귀국하는 것이 마땅하다. 선거일 하루 전인 8일 귀국을 ‘공, 사적 이유’ 또는 ‘아들과 같이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라고 설명하게 되면 혹여 남은 신뢰마저 없애버리고 불신의 폭만 키우는 형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