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상의 회장의 처신
울산 상의 회장의 처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4.0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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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울산상의 회장이 울주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아들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인으로서 공명선거를 솔선수범하기위해” 중국으로 출국했다고 한다.

울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아들이 울산상의 회장과 국립대학 법인 울산과학기술 대학교 이사장인 자신의 ‘후광을 업고 출마했다’는 얘기를 들어선 안 된다.”는 소신에 따라 내린 결정임도 밝혔다. 또 “아들에게 총선출마를 간곡히 말렸으나 본인의 의사에 따라 출마를 결정했다”고 말해 그간의 속사정도 털어 놨던 모양이다.

이 회장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거취를 밝히고 출국한 것은 일견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치열해지는 연, 맥, 파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 선거가 끝난 뒤 생길 수 있는 잡음에 대비해 미리 처신을 가지런히 한 모습은 인상적이다.

특히 울주군과 같이 상공인들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지역에 아들이 국회의원에 입후보 한 것은 유권자들이 이 회장에 대해 사시적 시각을 갖기에 충분한 요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관점을 사전에 불식시키기 위해 운신의 폭을 스스로 조절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이 회장의 기자회견과 엄정중립 표명시기가 지금보다 더 빨랐으면 좋았을 것이다.

4·9 총선거전이 중반에 이른 지금 시점에 와서 울산 상의회장이 취한 행동은 선거구민에게 ‘제스처’로 비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지역 언론을 통해 울산 상의 회장 아들이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설(說)이 분분했었고 이런 추측을 기정사실화 하는데 이 회장이 일부 기여했음도 부인키 어렵다. 자·타의에 상관없이 아들 손을 맞잡은 채 대중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듯 한 모습을 지역 언론에 보인 것도 사실이고 각종 의문에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긍정으로 이끌어 간 것도 바로 이 회장이었다.

작금의 입장표면이 선거 시작 전에 있었으면 금상첨화였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울산 상의 회장이 지역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 한 위치에 있지 않음은 명백하다. 지역 상공인들의 이익과 단합을 목표로 하는 단체의 상징적 직함일 뿐이지 지역민이 직·간선제에 의해 뽑은 선출직도 아니고 행정 관료도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공인의 후광’을 염려한 이 회장의 발언은 상당수 지역민들을 의아스럽게 만든다. 일부 공직자, 기업인, 지역 언론인 및 정치가를 제외한 다수의 서민, 근로자, 주부들은 울산상의 회장의 존재나 신분을 의식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이든, 자청이든 간에 이번 사안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기자 간담회에서 ‘중림의지 표명 및 출국’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간접적 홍보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추측만 낳게 한다.

입국 날짜도 잘못 잡았다. 지금까지 밝힌 이 회장의 진의를 확신시키기 위해서라도 선거가 끝난 뒤 귀국하는 것이 마땅하다. 선거일 하루 전인 8일 귀국을 ‘공, 사적 이유’ 또는 ‘아들과 같이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라고 설명하게 되면 혹여 남은 신뢰마저 없애버리고 불신의 폭만 키우는 형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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