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위에서 우리나라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으니 내가 발표자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으니 당장 상경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부랴부랴 서둘러 상경하여 그 다음 날 발표를 해야 했다. 너무 한 일이었다. 왜냐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약 20분씩 발표할 내용을 원고지에 가득 써 와서 읽어갔는데 나는 원고를 준비할 시간도 없어서 그냥 발표할 내용의 요지만을 개조식(個條式)으로 적어 나갔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더 생동감 있었던 같다. 왜냐면 어제까지만 해도 현장에 나가서 인터뷰를 하면서 자료수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실감이 철철 넘치는 생생한 내용이었다. 이때 KBS TV가 저녁 골든아워에 중계방송 형태로 요약하여 보도하였는데 내가 발표한 것만 약 20분정도로 전문이 나갔고 다른 발표자들의 내용은 2,3분 정도씩 아주 많이 줄여서 나갔다.
이 방송이 나간 다음 날부터 언론과 시민의 반응은 대단했다. 내가 한 말 하나하나를 신문사설의 제목으로 쓰기도 했고, 여러 잡지사로부터는 인터뷰를 요청했고, 각 신문사에서는 박스(box) 보도 기사 등이 10여 군데가 있을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좀 쑥스러웠던 일은 다음 날부터 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타거나(전라남도 광주에서 열리고 세미나 토론에 참석하려고 기차를 탔는데 내가 지나가는 객차의 승객들이 나를 쳐다보며 소근대는 것을 직접 보고그냥 웃으며 지나간 일도 있다.), 어디 시장을 가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가리키지는 않았지만 자기들끼리 소곤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여러 사람들이 말하여 알게 된 일이지만 젊은 나이에 청와대 초대 교육문화 수석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도 이 방송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서울대 사회연구소에서 같이 연구했던 김경동 교수의 회고담에도 이 경위가 자세히 나온다.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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