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규 의장의 4가지 철칙
신진규 의장의 4가지 철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3.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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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최장수 노조위원장은 누굴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5년동안 한국노총 의장을 역임한 신진규씨가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넘게 노동운동을 이끈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증은 지난 15일 의장직을 마감하는 그의 이임식에서 풀렸다. 그가 의장의 처신과 관련된 4가지 철칙을 회고 형태로 들려준 것이다.

첫째, “대낮에 사우나를 가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생산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데 노조위원장이 낮부터 사우나를 들락거리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둘째,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 그는 92년 S-OIL노조위원장 시절 친구에게서 고급 골프채를 받았지만 다른 친구에게 선물로 줘버렸다. 조합원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나이트클럽이 뭔지 몰랐다.” 는 재밌는 회고도 있다. 그의 과격한 표현대로 라면 “과부하고 노는 곳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마지막 원칙은 “(폐가망신하는) 도박을 멀리했다.”는 것.

신 전 의장의 지난 15년간의 활동에 ‘이러쿵저러쿵’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장으로서 장기간 큰 탈없이 조직을 이끈 데는 자신만의 철저한 원칙이 작용했다.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조합비 유용비리로 심각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집행부는 사퇴했고, 정규직화 투쟁 또한 흔들렸다. 도덕성이 훼손된 노동운동은 설 자리가 없다는 진리를 외면한 대가였다.

지난해 울산에 일었던 새 노동운동에 대한 성찰은 어느새 흘러간 유행가처럼 들린다. 제2, 제3의 노동운동을 부르짖던 여러 대기업노조는 타임오프와 복수노조라는 굵직한 현안에 떠밀려 제살길을 찾느라 바쁜 모습이다. 노동운동의 격변기를 보낸 한 노신사의 이임사가 유난히 쓸쓸히 들리는 초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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