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서울대학 선비가 되어(3)
《제77화》 서울대학 선비가 되어(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3.0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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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육의 인간주의적 관점을 강조할 것인가? 아니면 효율성에 주안점을 두고 공학주의적 관점을 강조할 것인가? 의 문제이다. 인간주의적 관점은 교육의 내재적 가치와 맥락을 같이 하며 학생의 자아실현(自我實現)을 위해 교육이 전인적(全人的) 교육의 틀 안에서 여러 가지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의 특성을 최대로 고려하여 교육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최대의 노력으로 최소나마 개인의 인간적인 성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공학주의적 관점은 유명한 미국 교육학자 타일러식의 교육과정 개발모형에 따른 교육적 접근이다. 목표설정을 먼저 하고 이에 효율적으로 보다 많은 학생들이 도달하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교육공학적 접근을 하도록 기대한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4)인간(학생)의 윤리적 사고방식을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습관화된 윤리적 행동을 중시할 것인가? 등이었다.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교육학자 개인이 어떤 관점에 기울어져 있는가에 따라 서로 토론하며 가까이 지내는 일종의 패러다임그룹을 형성한다. 경제학에서는 시장경제에 관한 우호적인 사고양식을 갖고 있으면 집단사고의 위력까지 발휘하지만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20여명의 교수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여 교육에 관한 집단사고, 패러다임이 없다. 따라서 특정 교수의 가르침을 많이 받은 학생은 그 교수의 개인적 성향에 맞추는, 학문적 영향을 받게 된다. 두드러지는 사례는, 교육이란 무엇이냐에 파묻혀 있는 사변적 집단과 주어진 교육목표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도달할 것이냐의 과학주의적 집단 간에는 소통이 어려움이 나타나는데서 보인다. 더 구체적인 예가 우리 집 딸의 경우이다.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였는데 이 딸의 졸업 전(卒業 展)에 가보고 많이 놀랐다. 상당수 학생들의 작품이 어느 영향력이 있는 남자 교수의 화법, 구도, 색감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한동안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 이와 같은 한 교수의 과도한 영향력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문제 제기도 자주하였다. 나는 은사 정범모 교수의 과학주의적 교육학에 관해서 사회학적 관점이 접목되어야 함을 항상 강조해 왔기 때문에 위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나는 10년간 서울대학의 선비로서 대학교수 생활을 했지만 내가 전공하는 분야의 핵심과목인 ‘교육사회학 개론’ 과목을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다. 그 과목은 진원중 교수의 전매특허 과목이었다. 나는 주로 ‘국가발전과 교육’, ‘교육의 혁신과 변화’, ‘학교조직론’, ‘교육문제론’, ‘비교교육’ 같은 주변(?) 과목들만 가르쳤다. 나는 이러한 과목들을 주변과목이라고 한 번도 불평하거나 소홀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문제, 한 특정 교수의 학생들에 대한 과도한 영향, 일종의 지적 편식(偏食)을 시키고 있음에 대해서는 상당히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특히 자기만 학문하는 선비인 양 하는 자아도취적 오만함에는 논리적으로 설득하기까지 했다. 그 효과는 미미했다.

전통적으로 교육학에서 교육심리학, 교육철학이 핵심과목이라고 여겨져 왔는데, 교육사회학이 점점 관심을 끌고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하여 나는 만족스럽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일종의 유행처럼 학생들의 교육사회학으로의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 걱정되었다.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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