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다
지금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3.3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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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인공위성이 지구 사진을 찍었어도, 달에 지구의 그림자가 비추어진 월식을 보아도, 일식을 보아도 그들은 믿지 않는다. 그만큼 그들은 옛 것을 쉽게 버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보존하는, 그래서 보수적인 성질이 강한 것 같다. 영국에는 아직도 만우절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만큼 그들은 한번 정하면 오래도록 지키는 보수성이 짙다.

우리는 지나치리만큼, 냄비가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어버리듯이, 빨리 받아들이고 빨리 싫증을 느낀다. 특히, 만우절을 만우절답게 웃어재낄 보수성도, 여유도 없다. 유태인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언제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 속에서도 유머를 만들고 즐기면서 불안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6·25 전란 중에 유머로 전쟁의 공포와 불안을 해소한 일이 거의 없다. 진정 조급증에 시달려서일까?

4월 1일, 옛날로 돌아가면 오늘이 만우절(萬愚節)이다. 오늘만은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놀려도 이해해주는 날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내력이야 서양 문물이 들어온 뒤겠지만 만우절만큼은 다른 서양의 풍습과는 달리 일찍 사라진, 식어버린 것 같다. 약 40~50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마다 역정을 부릴 만큼 만우절 흉내로 시끄러웠다. 즉, 참신한 것도 없이 괜히 시시한 짓을 만우절이라고 친구들을 짜증스럽게 하였다.

울산 제일일보가 ‘기분 좋은 신문’이니 기분 좋은 만우절 추억담을 소개한다. 지금은 선거철이다. 행여 만우절이라고 헌법에 보장된 것도 없는데 선거운동에 잘못 활용하면 불법선거운동으로 입건되니까 조심해야 한다. 이것을 ‘만우절이니까 괜찮겠지’로 오해하여 ‘선거운동을 해도 되겠지’로 오해하면 안 된다. 즉, 각 당의 입후보자 기호를 지역별로 추첨하여 OOO당이 기호 1번이 되고, OOO당이 기호 3번이 되었다는 식이다.

그래서 서울의 각 당 입후보자 기호가 부산의 각 당 입후보자 기호와 다르다고 하면 안 된다. 비례대표를 어떻게 찍어야할지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변소청소 당번을 빼먹고 도망간 학생들을 담임선생님께 4월 1일 아침에 보고하였다. 보고를 받은 선생님, ‘야, 내가 속을 줄 알고? 알았어. 가 봐.’ 걔들은 운이 좋았다.

소방서에 엉터리로 불났다고 신고하는 것은 공무방해죄로 걸리지만 학교에서 긴급한 일로 수업시간이 바뀌었다고 ‘수학시간을 체육시간’으로 바꾸어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내보내는 것은 용서 받을 수 있다. 1958년 4월1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2학년 1반에서 있었던 일. 내친 김에 체육수업을 했었다.

인자하신 면장 사모님에게 포목점 사장이 유똥, 한복 한 벌 감을 갔다드렸다. 면장이 편지를 보내셨다고 하면서 축하드린다고 하였다. 무슨 축하냐고 물었더니, 4월 1일이 생신 아니냐고 하였다. 면사무소 직원이 ‘면장이 사모님에게 너무 권위적’이라고 가짜 편지를 보냈었다. 사모님은 ‘면장이 유똥 값을 내실 것이다’는 확인을 해주었다.

요즈음 물가가 오르고, 경기도 좋지 않고, 미사일도 쏘아댄다. 우울증에 걸리기 십상이다.

오늘 4월 1일, 하루만이라도 너무 심각하게 살지 말고 여유를 만들어 보자. 만우절을 핑계 삼아. 김정일도 만우절에 속으면 웃으며 즐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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