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원 내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6천원 내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1.2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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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울지 마 톤즈’를 보고 느낀 말을 하는 것이다. 늙었다고 깎아주어 6천원 내고 보았다. 언뜻 사람 이름 같은 톤즈한테 ‘울지 마’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톤즈’는 이 태석 신부의 본명이 아니다. 그의 본명은 요한(John)이다. 잘 모르고 이 기록 영화를 보다가 한참 만에 ‘톤즈’는 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작은 마을 이름인 것을 알았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울지 마’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 사람들은 아무리 어렵고, 슬픈 일이 있어도 울어서는 안 되는 관습이 있는데, 이것을 어기고 이 태석 신부가 천국에 갔다고 눈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냥 흘린 눈물이 아니라 펑펑 쏟아내는 사람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여기 사람들은 이 태석 신부를 ‘쫄리’라고 불렀다. 영어의 John Lee를 그렇게 발음한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한참 전에 약 30만 명을 돌파)들이 이 기록영화를 보고, 서로 감명 받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까 마치 고전을 읽지 않고 대강의 줄거리를 알게 되는 것처럼 ‘쫄리’가 수단에서 거의 10년 동안 진짜 헌신 봉사한 것을 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기가 갖고 있는 종교에 관계없이 우리 국민 중의 한 사람이 종교적인 봉사 활동을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하였는지 실제로 보고 눈물 한 번 흘려보기를 간청한다. 눈물은 우리의 정서로서 아주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 사람들에게 그렇다. 명작 소설을 한 줄 한 줄 직접 읽어보며 그 말과 내용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듯이 ‘울지 마 톤즈’도 내 것으로 소화시켜 볼 만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약간은 화가 났던, 우리의 무신경에 아쉬움이 일어났던 것이 있다. 우리의 대학에서 대부분의 장학금은 단순하게 성적순으로 지급되는 것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 그는 모 의과대학을 다니며 한 번도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어머니께서 삯바느질로 그 비싼 의과대학 등록금을 6년 동안 다 낸 것이다. 그가 의과대학을 마치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려는 계획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찾아내어(지도교수의 평상시 한담을 통해서라도) 장래성을 고려하여 장학금을 주었어야 했다.

필자는 S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강의할 때, 맨 앞줄에 앉아있던 여학생 하나가 뱃속에서 꼬로록 소리를 낸 것을 우연히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그 학생을 조용히 불렀다. ‘점심은 먹었느냐?’ ‘…’ ‘아침도 안 먹은 거로구나’ ‘…’ ‘나 OO연구소에 있어. 내일 그리로 와.’ 필자는 다음 날 그 학생에게 한 달 치 자취할 생활비를 주면서 ‘그냥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다. 꼭 갚아야 돼’ ‘예, 알겠습니다.’ ‘알긴 뭘 알아? 나한테 갚으라는 것이 아니라 네가 장차 학교 선생님이 되었을 때, 공부를 좀 못 해도 너 같이 가난한 학생을 찾아 갚으라는 거야.’

필자의 둘레에 지금은 대학의 교수가 되어 살만큼 사는 장학생 출신 두 명이 있다. 이들은 공짜로 살아 온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한 번도 자기 대학의 발전 기금에 참여해본 일이 없는 사람이다. 남들이 자기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기는 다른 장학생을 위해 갚아야 하는 것을 체질적으로 모르는 독일 유학파이다. 천하에 음흉하고, 철저하게 계산하여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개인주의자이다.

쫄리는 그렇게 말리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기는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향기를 맡고 있노라고 로마 가톨릭 신학대학으로 갔다.

옆에 앉아서 영화를 보던 낯모르는 고등학교 여학생이 여러 번 훌쩍거렸다. 영화가 끝나고 나도 눈물자국이 있는 안경을 닦으며 어디가 그렇게 슬프더냐고 물었다. 대답은 엉뚱했다. ‘저도 나중에 수녀가 되어 봉사하고 싶어요.’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 옆에서 같이 영화를 본 외손자의 나이가 이 태석 신부가 어렸을 때, 어떤 기록 영화를 보고 감명 받아서 나중에 신부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그 나이였기 때문이다. 그 영화는 다미안(1840∼1889)신부가 하와이의 한 섬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다 선종한 기록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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