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진학지도의 핵심은 가정에 있다
진로진학지도의 핵심은 가정에 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1.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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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학(相談心理學, counseling psychology)분야의 하나로 진로상담(進路相談)이 있다. 다시 진로상담을 세분하면 진학지도(進學指導)가 따라온다. 만약에 진로진학 지도를 강화해야겠다는 교과부의 정책적 입안이 학교에서 진학지도를 바르게 하면 사교육비(私敎育費)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는 단선적(單線的)이고 아부성(阿附性)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 몇 가지 숨어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숨어있는 근원적 문제는 상담 자체가 문화적 맥락(개인주의가 심한 미국 같은 나라에서 ‘군중 속의 고독’이 실감나게 느껴지는 문화적 맥락)에 따라 그 필요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며, 실제적 문제는 상담학을 가르치는 전문가라는 사람의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서 정직성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상담의 대부분이 인간관계 속에서 생기는 심리적 갈등을 다루고, 여기에 필요한 심리학적 테크닉을 갖추는 것인데, 진정성이 없는 상담전문가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이중성은 다른 사람들을 꼭두각시놀이로 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을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냐고 한다면 이하 글은 읽을 필요가 없다. 특히, 이런 분야를 가르치는 전문가라는 사람이 위선과 가식과 거짓으로 포장되어있다면 그 밑에서 배우는 사람은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이다. 근원적 문제부터 살펴본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큰 도시에는 무척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각자의 세계가 닫혀있어 남이 엿 볼 수도 없고, 보여주기도 싫어한다. 우리의 눈으로는 심할 정도의 개인주의이다. 말을 나누고 싶어도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어 각자는 고독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문화적 맥락에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는 상담자의 일, 내담자(來談者)중심의 상담에서 상담전문가의 일이란 ‘으흠, 흠.’하며 추임새를 넣어주고, 머리를 끄덕여주고, 나의 말을 잘 들어주는 시늉, 어려운 말로 공감적 이해(共感的 理解)를 하는 척만 해도 된다. 우리 문화에서도 좁은 땅에 너무 많은 사람이 살고 있어서 하루가 다르게 ‘군중 속의 고독’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고독의 한 예가 자식의 장래를 같이 걱정해줄 사람, 이웃, 친척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假定)이 오늘의 교사연수를 기획하게 한다. 대학입학전문 사설학원 같은 데에 가지 말고 자격연수를 받은 학교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라는 것이다. 상담의 본래 영역조차도 문화적 맥락에서 차이가 있는데 대학에 합격만 시키기 위한 진학상담은 장사꾼 놀음이다. 사실 대학진학 적성조차도 적용범위가 한정되어있다.

실제적 문제는 현재(2011.1.3∼2011. 2.9) 교육과학기술부가 각 시도에 이런 일을 하기 위한 교사의 자격연수를 실시하고 있는 데에 있다. 이런 연수는 출발에서부터 전제(前提)가 잘 못되어 있다. 교사양성기관에서는 모르는 것을 대학생에게 가르쳐주고,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배운 대로 잘 가르칠 수 있게 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는데, 현재의 진로진학상담교사 자격 연수는 ‘지금의 교사들이 진로상담, 진학상담을 할 수 있는 지식과 방법을 몰라서 상담해줄 수 없으니 연수를 받고 잘 배워서 자격을 갖추고, 그대로 활용하라’는 논리이다. 각자 전공 교과가 있는데 여기에 상담심리학의 기초부터 익히고, 진로적성을 상담해주기 위하여 심리검사를 전문가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는 연수기간이 너무나 짧다. 설령 이런 문제가 다 해결된다 하더라도, 학생이 교과지도, 진로진학상담을 겸직하는 선생님과 자기 장래를 진지하게 상담하겠는가? 의심하게 된다.

다음은 우리의 학부모가 학교의 진로진학상담 교사에 대한 믿음이 얼마만큼 있느냐가 더 큰 문제이다. 좀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어머니들은 자녀의 대학진학을 위한 전략과 입시정보를 초등학교 때부터 자기들끼리 서로 공유하고 학교는 잠자는 곳으로 생각하는데, 이러한 어머니들에게 진로적성이 어떻다고 이해시켜 따라오게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이주호 장관은 어떤 진로진학상담을 받아서 ‘장관’을 하게 되었는가 묻고 싶다. 그때는 적성검사도 없었다. 더구나 연수의 교육과정에 ‘직업윤리’가 있다. 최근의 모 감사원장 후보와 전 경찰청장에게 어떤 직업윤리를 가져 그런 직에 올라가게 되었는지 참고하여 현직 교사들에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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