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퍼(bumper)
범퍼(bumper)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1.06 2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밤바’라고 해야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더 쉽게 알 수 있는 낱말이다. 짐작컨대 일본 사람들이 이와 비슷하게 발음하여(반바) 우리도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의 이런 발음을 우스개로 놀리는 말 중에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이 있다. 일본 할머니들은 이 계곡을 ‘그O도 개O’이라고 발음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우리 식 영어 발음이 있다. 옛날 서양의 셰퍼드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개 이름을 서양식으로 부른다고 모두 ‘쭁’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쭁은 John이다. 우리들 귀에도 익숙한 John F. Kennedy도 우리 식으로는 개 이름을 가진 셈이다.

범퍼는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기(緩衝器)이다. 요즈음 젊은 부부들의 가정에는 아기 침대의 안 쪽 면에 솜 또는 스펀지를 넣은 긴 자루 모양의 보호대를 대어 푹신푹신하게 한다. 아기가 침대 기둥이나 난간의 나무에 부딪혀 다치지 않게 하는 작은 범퍼이다. 가장 크고 강한 범퍼는 기차(전동차 포함)의 각 량(輛)을 연결할 때,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있다. 이 범퍼가 있어서 화물차, 객차를 연결할 때, 연결부분을 깨지지 않게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일상생활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범퍼는 자동차 앞·뒤에 있는 ‘밤바’이다. 이 밤바의 주된 목적은 불의(不意)로 내 자동차가 다른 사람의 차, 담벼락 또는 전봇대에 충돌하였을 때, 타고 있는 사람이 그 충격을 직접 받지 않게 하는, 충격 에너지를 감소 시켜주는 보호 장벽 역할을 해준다. 유도의 매트, 씨름의 모래판이 모두 범퍼의 역할을 해준다. 자동차 길에 과속방지 턱을 만들어 놓고 이것을 Buffer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도 범퍼의 하나이다. 하여간 범퍼의 이런 주된 기능을 놓아두고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려던 30대 초반의 젊은이와 시비가 생겼던 일이 있었다. 한마디로 버릇없는 교육을 시켰다는 자성(自省)과 함께 우리도 이제는 우리의 자동차문화를 정립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커져서 하는 말이다.

다음과 같은 사건은 나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교육이 정치꾼들의 권모술수(權謀術數)거리가 되어서, 개인의 정치적 출세를 위한 발판이 되어서 더 많은 어른들이 곤욕을 치루고 있다. 한 10년 지나면 오늘의 학생인권교육의 효과가 잘 나타날 테니까 그때 당해 보기를 바란다.

이 사건은 큰 길에서 좁은 골목 모퉁이 길을 막 우회전하여 가려다 발생했다. 나는 골목 입구에 들어섰고, 저만치 앞에서 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오는 차가 길이 좁아 그만 멈추었다. 당연히 내가 양보하기 위해, 약 50㎝만 후진해도 될 것 같은 생각에 뒤도 보지 않고 천천히 후진하려는데 ‘덜컥’ 소리가 났다. 분명히 ‘꽝’이 아니었다. 황급히 내려 내 차의 뒤로 가서 받혔던 차, 그 차는 벌서 약간 후진하여 있었는데 그리로 가서 그 차의 앞 범퍼가 얼마나, 어떻게 긁혔는지 살폈다. 그 차의 젊은 30대의 운전수가 먼저 내려 자기 차의 앞 범퍼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을 자세히 보니 2㎜ ×3㎝의 세로로 된, 오래 된 자국이 있었다. 무심결에 손으로 문질러보니 지워지지 않았다. 우선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이것은 내가 긁힌 것이 아니라고 했더니, 금방 부딪혀놓고 딴 소리 한다고 억지를 부리며, 앞 범퍼 전부를 교체해야 한다고 큰 소리쳤다. 그의 단수 높은 속셈은 합의금을 현찰로 받아 챙기려는 것이었다. 몇 마디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은 나의 보험회사로 연락하였다. 보험회사 직원이 와서 두 차량을 자세히 살펴 본 뒤에, ‘예, 알겠습니다. 이 차가 크게 부딪혔으면 여기 뒤 범퍼에도 긁은 자국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먼지도 그대로 있고요. 받혔다는 이 차, 앞 범퍼의 이 자국은 오래 되어 녹이 슬어서 까맣게 된 것입니다. 지금 사진을 자세히 찍어놓았으니 정밀 검사를 의뢰하려면 하십시오. 후진 하다가 약간 부딪힌 것입니다. 요새 나오는 범퍼는 충격을 잘 흡수합니다. 정밀 검사하여 이 차가 받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면 검사에 들어간 모든 비용, 손해배상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한사코 사양하는 젊은이에게 페인트 값이라고 만원을 주었다. 세상은 좋은 일 하려고 양보 운전하려던 사람에게 좀 똑똑하라고 시련을 준다. 허긴 은혜를 원수로 갚는 대학교수도 있으니 더 무엇을 말하겠는가. 자꾸만 냉혈동물이 되라고 강요하여 씁쓸하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