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追憶)과 회상(回想)
추억(追憶)과 회상(回想)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12.3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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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추억이라고 하면 한 4,50년 전의 이야기가 된다. 추억과 비슷한 말로, 회상(回想)이 있다. 추억의 追는 숨어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는 추적의 뜻이 강하다. 憶은 마음(?)에 어떤 의미(意)가 있는 것, 그래서 잘 잊히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추억 되는 것은 춥고 배고파서 고생하던 일이 어떤 의미를 갖고 마음속에 간직된 것을 더듬어 찾아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잘 먹고 잘 살 던 일들은 좀처럼 추적되지 않는다. 아마 당연한 것으로 여겨 금방 사라지기 때문인 것 같다.

회상은 회(回)의 한자 모양이 돌아가는 모양을 그렸듯이 어디론가 되돌아(回)가서 생각(想)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회상에는 되돌아가는 출발점을 정하고 거기서부터 차례로 생각을 되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개의 회고록, 회고전이 이렇게 일정 기간으로 돌아가서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회상도 추억과 비슷하게 한 4,50년 전의 생각이 주를 이룬다. 하여간 둘 다 공통되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 기억하는 것이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2011년이 되는데 여기에 생뚱맞게 1년 전을 추억거리로, 회상해보는 해로 잡고 이야기를 펼치기는 억지 부리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을 정리하는, 지저분해진 집안을 청소하는 기분으로 경인년의 첫 날에 여기저기서 희망에 들떠있던 덕담들을 추적해본다. 신묘년(辛卯年)을 맞이하는 환영사에 가름하는 것이 된다.

첫째가 불입호혈 안득호자(不入虎穴 安得虎子)이다. 풀이하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는 것이다. 뜻하는 바를 이루려면 반드시 그에 마땅한 일을 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을 점괘 풀이하듯이 자유무역협정으로 해석하면 그야말로 선무당이 된다. 잡아야 할 호랑이 새끼, 사실은 호랑이 새끼가 아니라 혼자만 토실토실 살이 쪄있는 고양이 새끼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사족을 달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당하는 창의적 모험과 불굴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해두고 싶다.

둘째는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다. 이름을 남기고 싶은 사람이 많겠지만 당신만은 이름이 남겨지기를 바란다. 바로 올 해에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이다. 당신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말빚까지 지고 간다고 미안해하며 한사코 말릴 테지만 남겨지는 이름이야 당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가 다른 여동생을 보았을 때, 그런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고 수행으로 감내한 일은 이름을 남기고 떠난 다음에 알려져서 당신의 말씀을 더욱 아쉬워한다.

셋째는 일일지구 불지공호(一日之狗 不知畏虎), 하루(一日) 강아지(狗)는 호랑이(虎)가 두려운(畏) 것을 모른다(不知). 엊그제 연평도 포격 훈련을 보고, 돋보기가 믿었던 우리 해병대의 호랑이 상을 보고 하는 말이다.

비상식량으로 라면 사제기, 옛날 같으면 미숫가루 만들어 놓기 등이 없었다. 호랑이가 지키고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돈 좀 있다는 돈 놀이 하는 사람들이나 약은 척하여 주식을 사고팔기를 했지 서민들은 평상심을 잃지 않았다. 일부 정치꾼들이나 맥 빠지는 소리로 강아지를 위해 떠벌렸을 뿐이다.

먼 훗날 경인년을 보내는 우리들의 이런 태도를 후손들이 추억거리로 회상할 것이다. 신묘년을 맞이하며 신(辛)의 뜻을 맵다는 것으로 입맛을 돋우자고 제안 한다. 본래는 지독한 고생스러움을 나타내는 상형문자꼴이지만 우리말 훈으로 ‘매울 신’하여 고추의 맵다는 의미로 오해되고 있다. 또한 묘(卯)는 토끼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 상형 꼴은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을 나타낸다. 신묘년에는 문을 확 열고, 자신 있게 뛰어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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