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다문화 가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12.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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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이라는 낱말은 조어력(造語力)이 강한 한자를 빌어 만들어졌다. 한자의 뜻풀이로 ‘多文化’는 문화가 많다는 말이다. 여기에 시비꺼리가 생긴다. 문화라는 개념 자체에 무엇이 많다, 적다의 수량적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질적인 요소일 뿐이다. 더구나 문화(文化, culture)라는 낱말이 그때그때 앞 뒤 문맥으로 보아 그 뜻을 판단해야 할 만큼 넓고 다양하여, 다문화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막연하게 된다.

문화인류학(cultural anthropology) 입장에서 가리키는 ‘문화’는 기본적으로 두 사람 이상의 한 무리에서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정신적 대상의 전체이다. 그래서 다문화 가정은 그들만의 문화를 갖고 있다. 한 예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골프문화’가 있어서 ‘지독한 사람’의 분류 기준이 생긴다. 지독한 정도가 낮다고 하는 사람은 작은 내기라도 18홀을 돌 동안 끝까지 내기에 끼어들지 않는 사람이다. 조금 더 지독한 사람은 18홀을 도는 동안 공을 칠 때, 한 번도 머리를 들지 않는 사람이다. 이 보다 더 지독한 사람은 라운딩 중에 공만 치고 일체의 잡담이 없는 사람이다. 그 다음으로 지독한 사람은 비가 오는데 돈을 내었다고 끝까지 골프를 치는 사람이다. 더 지독한 사람은 천둥 번개가 치는 데도 그린피를 물려주지 않는다고 계속 치는 사람이다. 끝으로, 하느님도 놀랄 만큼 지독한 사람은 골프를 치다가 번개를 맞고도 죽지 않는 사람이다. 하여간 이런 생각의 틀이 문화 속에서 생성된다. 사실, 어려운 문제로 다문화 가정은 무엇을 공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 대한민국 문화로 흡수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를 다문화라고 한다면 한 집안의 가족들이 ‘할아버지는 전라도, 할머니는 서울, 사위는 경상도, 며느리는 충청도’인 집안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친인척의 조상들이 울산 토박이만으로 구성된 집안은 ‘一文化’ 가정이 된다. 한 가정의 문화를 분류하는 기준을 종교에 두면, 즉 위의 4개 지역 출신이 모여 사는 가정이 모두 특정 종교 하나를 믿고, 그 종교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고 있다면 일 문화(一文化) 가정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울산 토박이들로 된 한 가정에서 3대가 다 다른 종교를 갖고 있으면 다문화 가정이다. 아마도 제삿날 콩가루 집안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는 대한민국 문화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우리 말’ ‘우리 글’이 대한민국 문화를 일구어내는 출발점이고 기본이 된다. 이와 같은 하나의 커다란 문화 속에서 조금 세분(細分)하여 들어가면 다른 문화가 나타난다. 전통이 좋은 예가 된다. 전통도 아주 오래된 것과 얼마 되지 않은 것이 있고, 모두가 지키는 커다란 전통도 있고, 일부만 따르는 작은 전통도 있다. 이렇게 한 가정에서 말이 다르고, 전통이 서로 달라서 다문화가 된다.

여기서는 편의상 외국 사람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경우를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 둔다. 이런 가정의 부모는 부모대로 어려움이 많다. 이들 부모 보다는 못 하지만 백인들 틈에서 수 년 동안 생활 해본 동양 사람은 아주 작은 일에서도 심한 모멸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한 예로, 연구실에서 같이 일하는 백인이 이사한다고 하여 도와주러 갔을 때, 냉대하는 그 사람의 백인 친구들, 당해 본 사람만 안다.

내가 동양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인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을 가지고 나의 책임인 것처럼 대하니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게도 이와 똑같은 논리가 성립된다. 이제 새 해가 되고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도 친인척을 찾아 세배도 하고 성묘도 같이 갈 것이다. 큰 아버지, 큰 어머니, 삼촌, 숙도, 이모, 고모, 당숙까지도 이들을 진정으로 대해주어야 우리 문화로 흡수할 수 있다. 이들이 아버지의 형님을 ‘큰 아버지’라고 불렀을 때, 큰 아버지가 먼 산을 바라보면 안 된다. 이모도 마찬가지다. 21세기형 홍길동이 나온다. 다문화 가정의 이웃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세배를 가면 다른 아이들을 대할 때와 똑같이 세배를 받고 세배 돈을 주어야 한다. 2009년 현재 1만7천698명의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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