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세상을 본다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세상을 본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12.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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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학을 하려는 소년과 소녀를 위해 소설가의 상상력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까 조심스럽게 살피지는 않고 난장판으로 처리한 뒤, 자기들 끼리 모였을 때는 어떤 말을 주고받으며 어떤 행동을 할까 상상해보는 글이다.

이런 상상의 동기는 ‘저희들도 사람인데 조금은 별난 사람들이니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일들을 저지르고 있을 것이다’이다. 상상하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도 같은 부류로 취급되어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 미안하지만 상상에 그친 것이니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

수년 전, 서울의 Y대학 국문학과 M교수가 남녀의 육체적 사랑에 관한 상상을 신문에 연재도 하고 소설책으로도 써내며 카타르시스 한다고 했듯이 욕지거리 대신 이런 상상을 칼럼으로 써서 독자의 속을 시원하게 풀려고 한다.

이렇게 하는 근거는 역사소설가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단 세 줄의 문장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텔레비전 대하드라마 수 백장을 써내기 때문이다. 역사 소설가뿐만 아니라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체질적으로 상상력이 남다르게 풍부해야 하고, 이것이 창의성으로 자리를 잡으며 하나의 작품을 끝냈을 때, 예술가로서의 성취감 하나만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최근의 소설가 박범신이 그렇듯이 꿈틀거리는 자기의 생각을 글로 써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체질이 아니라면 이렇게 살기는 어렵다. 문학이 좋아 그렇게 살다보니 집안 살림이 궁핍해도 다른 사람들처럼 짜증내거나 또는 비통해 하고 좌절감에 빠지는 일 없이 그런대로 세끼 밥만 먹을 수 있고, 때로는 한 끼 밖에 못 먹어도 유유자적하며 살아간다. 박범신은 대학교수가 되어 먹고 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멀지 않은 미래에도 이런 소설가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지금의 우리나라 정치꾼, 종교꾼들을 실감 있게 그릴 것이다. 그것을 성급하게 개조식(個條式)으로 상상해본다.

정치꾼들, 예산에 관한 유권자의 관심들이 커지기 시작하자 어떻게 하면 내 얼굴이, 나의 투쟁(비록 히틀러는 못 되어도)이 크게 나올까 궁리하기 시작한다. 같은 당의 시의원 아들 결혼식에는 만사제치고 참석하여 말을 씹는 입술 놀림으로 근사하게 예산안을 집적거린다. 탤런트 흉내도 낸다. 대한민국이 어디 법이 없는 나라입니까? 그러고서 의장 단상에 올라가며 뉴스 중계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살짝살짝 살핀다.

특히 당권(추천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살핀다. 옷에 구둣발 자국이 생기거나 바짓가랑이가 찢어지기를 바란다. 그러고서 분에 못 이기는 척하며 회의장을 나오다 보좌관에게 ‘나 어땠어?’라며 속삭인다. ‘효과 만점입니다.’ 보좌관은 90도로 머리를 굽실거리며 ‘OO사 회장님과의 식사약속은 만취장으로 잡아놓았습니다.’를 귓속말로 전한다.

종교꾼들, 추기경이 인터뷰에서 진솔하게 4대강 사업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비위에 맞지 않는 말을 하니까 ‘이것이다!’의 트집 잡을 거리를 발견한다. 그러고서 서로 눈길을 주고받는다. 한동안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 시킬 건수(件數)가 부족하던 참에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옛날 기초학습능력에서 한 참 부족했던 사람이 운이 좋아 사제가 되어 아집(我執)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는 A 사제가 ‘이 점을 출발점으로 하여 추기경을 사퇴 시키자.’ 주장한다.

이에 뒤질세라 종교에서 윤리(倫理)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고민해보지도 않는 B 사제가 ‘기자 회견 준비를 하자’로 거들고 나온다.

두 사람은 다른 패거리들을 불러 모아 기도를 하고 거룩한 모습으로 성호(聖號)를 긋는다. 이 들에게 영화 ‘위대한 침묵’은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불교계의 ‘주어도 받지 않겠다.’를 외치는 스님들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자기 자랑이라고 일축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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