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잘 되었다면 그렇게 좋더라”
“제자가 잘 되었다면 그렇게 좋더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3.2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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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초등학교 유준호 선생님
‘친구가 출세했다면 속이 뒤틀려도 제자가 잘되었다면 그렇게 좋더라.’

이 말은, 지난달 두동초등학교 졸업식에서 6학년 담임선생님께서도 제자와 학부모를 위해 축하 말씀을 해드리라는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유준호 교사가 한 말이다. 사실, 형제간에도 서로 경쟁하기 마련이어서 형이 잘 되어도, 동생이 잘 되어도 서로가 어딘지 모르게 속으로는 시기, 질투가 생기기 마련이다. 유 교사는 이 점을 인정하면서, 제자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가거나, 아주 오래 전에 졸업하여 사회에 나가거나 하여 잘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고 얼굴을 붉힌다.

금년에 개교한 명지초등학교(교장 류진주)로 부임하기 전에는 두동초등학교에 4년간 근무했었다. 두동초등에서 여자 축구선수들을 지도하여 ‘울산과학대학장배 초등학교 여자 7:7 축구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를 자랑한다. 그 중에 두 명은 현재도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유 교사가 축구지도를 한 계기는 여자선수들에게 축구화, 유니폼, 공 등을 무료로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동초등은 상대적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여유가 없고 학생들의 가정환경도 어려운 편이다.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우리도 해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려고 한자쓰기 교재를 유 교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학생들 모두가 한자능력 4급을 받게 지도한 일을 즐겁게 회상한다. 과외의 열성을 보였던 것이다.

지금은 음악과 교육과정에 국악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졌지만 유교사가 초임 발령 받은 수 년 간은 아주 부족했다. 따라서 교육대학에서 예비 교사를 가르칠 때도 거의 없는 것과 같았다. 이러던 시절에 유 교사가 국악교과연구회(회장 송인영 강남교육청 장학사) 부회장을 맡아 봉사하게 된 숨겨진 동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주저하다가 부인(노미경 백양초등 교사, 해금 연주자)과 결혼하기 위해 울산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과정에 국악에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인이 활동하고 있던 교사국악관현악단에 북치는 사람이 필요한데 북을 쳐 달라고 해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피리를 분다. 초기의 교사국악관현악단은 교사들이 직접 연주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계몽적 역할로 출발한 것이다. 국민적 자긍심을 손수 보여주는 동아리 단체였다. 지금은 유 교사가 교사들의 여러 국악연수에 강사로도 봉사하지만 두동에서는 이름난 취타대의 지도교사로 더 유명했었다.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취타대의 행진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았다. 태평소, 용고, 대금, 징, 울라, 나팔 등으로 꾸며진 울산 두동초등의 취타대가 전국을 누비고 다닌 것이 학생이나 교사나 모두에게 큰 자랑거리이며 성취동기를 불러일으켰다.

유 교사가 교직에 들어선 계기는? 정직하게 말해준다. 시골(합천) 집은 가난하고, 학비가 적게 들고, 졸업하면 바로 취직되고, 무엇보다도 친구들이 ‘너는 아이들하고 놀기를 좋아하니까 선생하면 잘 할 거다’라는 격려(?)가 교육대학에 진학하게 된 동기라고 한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지금은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선뜻 아주 보람 있게 생각하고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부드러운 그 눈웃음을 지으며, “친구가 회계사로 일하며 돈도 많이 벌고 그러는데 저는 그게 부럽지 않고 아이들과 정직하게 공부하고 생활하는 것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좋습니다.” 그래서 첫 질문, ‘승진에 관심 없습니까?’에, “복잡한 점수관리 안 하고 있습니다.”

이 대답 때문에 푸대접 받던 행정실(옛날 서무실)을 잊어버리고 웃으며 교문을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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