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울산고교 야간 자율학습 문제점
[독자투고]울산고교 야간 자율학습 문제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3.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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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의 경직성, 획일성, 낙후성이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 속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수년 전부터 거론돼 온 지역 교육 현안 중 하나였지만 개선될 기미는커녕 오히려 고착화되는 느낌마저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문제에 대해 학부모, 교원단체가 무반응하고 있는 것도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요소다.

교육감의 말 한마디에도 옳고 그름을 따지며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그들이 야간 자율학습의 불합리성에 대해선 계속 거론치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혹여 문제의 민감성 때문이라면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셈이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서둘러 거론함이 마땅하다고 본다.

울산지역 인문계 고교의 야간 자율학습 시간은 대부분 오후 7시30분에 시작해 10시에 끝나는 것으로 일반화돼 있다.

정규수업을 마친 뒤 곧장 하교시킬 경우 생길 수 있는 학생자체의 학업해결 능력, 청소년 비행, 학습 환경 등을 고려해 야간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자습하는 현 제도는 긍정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제도다.

문제는 일부 인문계 고교 3학년 학생의 경우, 통념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차원을 벗어나 비인격적 수준에 이르는 자습이 강행되고 있다는 데 있다.

야간 11시30분 혹은 12시까지 ‘예외 없이’ 학교에 남아 ‘강제적’으로 자습을 해야 하고 휴무 토요일에도 등교하며 심지어 일요일까지 학교에 간다면 학생들이 인간적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고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목욕, 두발관리 시간조차 내기 힘들다면 무엇이 ‘인성 교육’이고 ‘인격 도야의 장’이란 말인가.

학생들의 건강권 확보 문제 때문에 울산 시의회가 ‘학원심야 교습시간 제한’ 조례를 보류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 건강에 직접적 피해를 주고 있는 곳은 바로 학교 자체다.

‘학급의 분위기’를 위해서 일률적으로 자습시키는 일부 담임교사들의 경직성도 따져 볼 일이다.

밤12시에 하교해서 귀가 할 경우 고3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익일 수업에 지장을 초래 할 것도 뻔한 사실이다.

대중교통 수단이 끊어진 자정시간에 자녀를 태우러 학교 앞에 가야하는 학부모들이 불평을 늘어놓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의의를 제기 할 경우 자식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염려해서다.

이런 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는 교사라면 융통성 있고 자율적인 자세로 학생과 학부모를 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의 질서란 빌미를 앞세워 부모들의 입장을 무시하는 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예체능계 학생들이 개인특기 적성교육을 받을 시간마저 봉쇄하고 있는 일부교사들의 획일성은 울산교육의 낙후성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교육 현안이 있을 때마다 울산 교육계가 들고 나오는 ‘인성 교육’이란 용어는 현재 울산지역 고3 학생들의 야간 자습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잘못에 대한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교가 수용, 개선할 자세는 보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냉소적 태도를 견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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