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화》 대학발전을 위한 전략과 실천(30)
《제41화》 대학발전을 위한 전략과 실천(30)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12.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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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책상 자리는 딱딱한 의자로 되어 있어야 한다. 나의 학창시절 통계학 교수가 통계학 첫 시간에 통계학을 공부하는 기본 태도는 딱딱한 의자에 앉아 연필로 계산하면서 허리 아픈 줄을 모를 정도로 집중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똑같이 총장이 되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대학이라는 기구(機構)가 추구하는 기본가치를 명확히 정의하고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논리와 언어로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자기 대학의 발전구상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자기 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대학기구(大學機構)라는 교육체제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파악해야 한다. 이런 주의는 현대의 대학이 복합대학(multiversity)이라고 불릴 만큼 대학의 기능, 구조, 구성요소, 대외관계가 매우 복잡하여 탁월한 경영능력을 가진 관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아탑의 선비’같은 총장은 대학 행정을 자신의 인격과 학문적 권위, 영향력으로 할 수 있겠지의 낙관에 빠지기 쉽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따른다. 때로는 더 중요하기도 한 여러 학문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고 있어야 자기 대학의 학문에 관한 정책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상식적인 요소로 총장이 인격적, 도덕적 자질을 갖추어야 대학이 풍기는 규범적 이미지를 여러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자기 대학이 있는 지역사회의 특성과 취약점까지 정통해야 하며, 국가의 당면 문제와 우리의 미래를 관련 시켜 자기 대학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을 응접실의 소파에 기대고 앉아 구상할 수는 없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협의하고 총장만의 고독(孤獨) 속에서 숙고해야 밑그림이 그려진다.

내가 울산대학교에 부임할 때부터 나는 나의 철학으로 취임사를 직접 작성했고, 주말도 없이 보직 교수들과 허심탄회한 울산대학교 발전방향에 관한 협의를 하였다. 1988년부터 약 2년에 걸쳐 운동권 학생들과 씨름하면서도, 그 민주화의 열기로 얼굴이 달아올라도 대학이 추구하는 기본철학을 놓쳐 본 일이 없다.

1)대학의 봉사 기능, 2)지식인의 사회 비판, 3)학생의 정치 참여 등에 관한 총장으로서의 분명한 견해를 갖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나는 그렇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1)국가와 대학의 관계, 2)학문의 자유와 자율성의 본질과 한계, 3)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의 의미, 4)학생과 교수의 대학행정 참여의 범위, 5)사제 간의 바람직한 인간관계 등에 관한 일관된 견해와 논리를 갖고 있어야 하고 나는 또한 그렇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총장이 이들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일관된 정책 방향이 없으면 총장의 여러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이 혼선을 빚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혼돈에 빠지게 한다. 총장이 시류, 총장자리보전에 연연하여 흔들리는 어떤 기회주의적 행정행위를 한다면, 대학의 기본과 기초가 흔들려 구성원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잃게 된다. 총장 직선제의 혼란과 어려움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나오는 하나의 절규이다. 나는 울산대학교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자진하여 총장 직선제에 입후보하여 떳떳하게 당선되었다. /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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